La Spezia '11

제노바Genova - 그곳을 떠나며

eunbee~ 2011. 4. 30. 02:44

왔으니...다시

떠나야 한다.

이틀을 묵었든,

한 생을 살았든. 왔으니 떠나야 한다.

 

 

새삼스레 거리가 정답고

 

 

새삼스레 사람이 살갑다.

 

 

누추한 골목이, 화려한 대궐보다 더 정다운 곳, 제노바.

 

 

내 여행수첩에는 '제노바의 소묘'라는 머릿글 아래

'매연, 항만에 높이 솟은 크레인 크레인, 비탈진 언덕배기의 돌집들,

끝없는 골목길 골목길 골목길,

위험스러워 보이는 아센소르, 작고 복잡하고 지저분한 공항,

그리고...친절한 택시 기사 할아버지 '

이런 메모가 담겨져 있다.

 

 

은비가 마음에 새겨둔 영어 잘하는 소년.

은비는 그소년을 보고 싶어서 제노바에 다시 오고 싶단다.

순수하고 맑은 우리은비. 영어로 우리의 나그네길을 잠시 도와주던 그 소년을 가슴에 새겨두다니...^&^

사노라면 얼마나 많은 '제노바의 소년'이 은비 가슴에 새겨지려는고...

소년을 만나던 날 저녁의 은비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스해 진다.^*^

 

 

 ' If not now, Then when'

그래, 은비야, 오늘이 아니면 언제 인생을 네색깔로 채색하랴.

언제나 지금 여기가 중요한 것.

미루지 말고, 한순간 순간을 충만하게 채우며 살거라.

너의 삶의 여정에서 한걸음 한걸음을 충실하고 진실되게.

 

 

고향마을 오두막에 던져 두고 온, 장 그르니에의 책에 쓰여진 글귀가 떠오른다.

'중요한 것은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충만한 삶을 이루는 것이다. 그것이 고통일지라도...'라는 말.

 

 

 

 

 

 

 

 

 

훗날 이곳을 기억할 때,

내가 만난 첫 제노바人 택시드라이버 할아버지의 미소와 각별했던 친절이 떠오를테고

나를 따라오던 돌계단의 고양이랑...빨래가 주렁주렁 널려있는 수많은 골목길이 그리울 거다.

 

나는 두고 온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는 배냇병을 가지고 있으니까...

 

 

골목길을 돌아서면 무엇이 있을까.

거기에 있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일까?

보다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떠나 보지만, 찾아 떠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마음속에서, 보다 좋은 곳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한, 그 어디에도 보다 좋은 곳(것)은 없다. 

 

 

콜린 퍼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제노바'의 장면속의 골목 골목들을 누비며

삶이 가져오는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이며, 과연 치유라는 방법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세월이 가장 정확한 묘약이 아닐까.

영화속 그들이 새로운 시작을 찾아 잦아든 제노바에서 나는 새로운 슬픔을 만날 준비를 했다.

세상은 용감하게 맞서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

 

제노바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