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se.Theatre

그랑 팔레의 불가리

eunbee~ 2010. 12. 22. 20:36

 

 

불가리 이태리 로마 설립(개점) 125주년 기념 전시회

BVLGARI AU GRAND PALAIS 에 갔어요. 보석에는 욕심도 별로 없고 인연도 없는 내가

파리의 우중충한 겨울로 인한 회색빛 시야를 조금이라도 반짝이게 하고 싶어 갔지요.

매일 회색빛 하늘이더니, 내가 불가리 보석 전시회를 가던 날은 하늘도 보석빛깔로 물들었답니다.ㅎㅎ

사진은 그랑팔레 맞은 편에 있는 쁘띠팔레 건물이예욤.

 

 

 

그랑 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축된 아름다운 건물로, 지붕꼭대기에는 언제나 삼색국기가 펄럭이고 있어

나그네인 내가 그것을 바라보며 애국심을 느낀다죠.ㅋ~ 태극기를 보며 늘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던 세대라서...그 후유증이에요.ㅋㅋ

 

그랑 팔레와 쁘띠 팔레는 에펠탑과 같은 시대적 배경을 하며 태어났어요.

그래서인지 나는 에펠탑의 철골들과 이곳의 철재들에서 공통된 느낌을 받는다우. 철조물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철재로 테두리가 만들어진 유리돔 천정은 자연채광을 건물 안으로 넉넉히 받아 들여, 밝음은 물론 철재 선들이 빚는 아름다움 또한 압권입니다.

밖에서 보면 지붕 위를 장식하는 거대한 4마리의 마차 조각상이 청동의 푸른빛으로  건물을 더욱 아름답고 장엄하게 해준답니다.

 

 

관람료는 루브르 박물관 입장료보다 더 비싸네요. 무려 13유로였지요.ㅎㅎ

거기에다가 오디오를 빌리면 5유로 추가입니다. 물론 저는 불어에 불통이니 필요 없었고요.

 

 

돔 중앙을 건물 안에서 올려다 봤어요. 역시 꼭대기에는 국기가 펄럭이고 있네요.

하늘도 보이고....밝은 자연 채광이 무엇보다 귀하고 훌륭합니다.

 

 

 

 

 

불가리 보석전을 위해서 검은 대리석 느낌을 주는 구조물을 설치했습니다.

진짜 대리석인지도 몰라요. 그것에 대해서는 알아 보질 않았으니,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요.

 

 

검은 대리석은 보석을 세팅한 것처럼 수많은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쏟아져 내리는 자연광이나 건물의 철재선들이 반사되어

아름다운 선들을 이루고 기하학적인 도형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불가리 보석전에 내 놓은 보석들보다 이 구조물이 더욱 흥미롭고, 보석 같았다는....ㅋ

 

 

불가리 설립자 Sotirio Bulgari . 그리스 사람인 불가리 씨는 그리스에서 은세공을 했었답니다.

이태리로 건너와 처음에는 은세공을 하다가, 1905년 로마 중심지인 콘토티에 보석점을 개점한답니다. 불가리 본점이지요.

불가리BVLGARI의 철자 중 V는 그리스에서 U로 쓰여지는 것이기에 V로도 U로도 쓰고있답니다.

그러나 로고 정식 철자는 BVLGARI 입니다.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골드, 플래티늄, 루비.....이런 단어가 제일 많이 쓰여져 있었지요.

진열장 유리벽에는 콜렉터 이름과 보석에 대한 이야기들이 적혀있고, 각 작품 앞 유리에는 구성요소들이 적혀 있습니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보석들을 잠시 대여해 오기도 하고, 초기에 팔려나갔던 보석을 불가리에서 되 구매해서 이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1000점 가까운 보석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크고 많은 사파이어로 된 이 목걸이는 수십 밀리언 달러가 되겠죠?

 

 

영상으로 설명하는 방에는 배우들이나 유명 정치인 왕족들이 착용했던 보석을 착용자와 함께 보여주고,

다른 영상방에서는 불가리의 역사에 대한 자료들을 보여줍니다. 분위기와 시설들이 매우 럭셔리합니다.ㅋㅋ

 

 

전시장의 한 방에는 뱀을 주제로 한 디자인의 팔찌, 시계, 목걸이를 전시했는데, 효과음향이 뱀 소리였어요.

귀엽기도 하고, 조금은 으시시 하기도...

 

 

이것이 무얼까요?

이브닝 백이라고 합니다. 저렇게 금속으로 된 백을 들고 이브닝 파티에 등장했던 여인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진열은 이렇게 거의 모두가 셋트로 되어 있고요.

 

 

내가 좋아하는 터키석으로 된 목걸이와 귀고리입니다. 나와 터키석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먼 날로 부터 시작됩니다.

우리 큰애가 태어났을 때, 출산축하금으로 얼마간의 돈이 지급되었지요. 물론 국녹을 먹고 살았으니 나라에서 준 것이에요.

그 돈으로 큰애 탄생석인 터키석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기념으로 말이에요.

둘째 딸이 연년생으로 태어났는데, 그 때에도 똑같이 출산축하금으로 큰애때보다 더 화려한 디자인의 터키석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는 사표를 내고 집에 있었으니, 낭군님이 보석을 선물했고요. 아들에게가 아니고 나에게...ㅎㅎ

 

큰애와 작은애는 탄생석이 같으니까 디자인만 다르게 만들어서 여인이 되면 준다고 서랍에 잘 넣어 두었지요.

 그것을 어느해 고향사람-친구는 아니고 그냥 고향 같은 동년배-이 우리집에 놀러왔다가 가져갔어요. 심증은 있으나 물증 없음.하하

도둑맞은 것이지요. 얼마나 서운하던지....어언 40년 전 이야기네요.

그 후 큰딸이 스무살이 되었을 때, 소공동 유명 백화점에서 터키석으로 된 반지를 각자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이나 흘러, 딸들이 유학을 오고, 모녀 셋이서 파리에서 터키로 여행을 갔다우. 그곳에서는 이번엔 내 목걸이를 장만했어요.

터키에는 터키석이 생산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요? 아무튼 그렇거나 말거나 터키이니까...ㅎ~ 나도 12월 생, 터키석이거든요.

 

그런데 3년 전, 내평생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던 모든 보석과 금부치로 된 소위 말하는 패물들을 몽땅 도둑 맞았지요.ㅠㅠ.

한 달동안 문을 걸어두고 남미 여행을 다녀오니, 누군가가 몽땅 가져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했던 몇 가지의 보석들...

이런 저런 기념일에 친지 가족들에게 받은 선물들, 오로지 내 손으로 산 단 한 개의 나를 위한 탄생석 선물, 값싼 터키석 목걸이....

그 중 제일 아쉽고 서운한 것은 딸이 첫 월급 받아서 내게 선물한 보석 박힌 반지. 막내올케가 선물해준 오팔 목걸이랍니다. 의미가 깊으니까..

 

이렇게 내 평생의 추억이 담긴 보석들을 도둑님이 모두 가져가 버렸으니....보석과는 별 인연이 없다는 걸 알게 됐죠.ㅠㅠ

워낙 보석에 욕심이 없었으니, 그 보석들이 심술이 나서 어디론가 가 버린거예요. 하하

 

 

이곳에 와 봐도, 역시 나는 보석에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란 걸 확인하게 되는군요.

관심은 있지요. 열 두 달 탄생석의 이름과 색깔 특징을 소싯적부터 외고 있었으니까요.ㅎㅎㅎ

탄생석을 지니고 있으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탄생석을 딸 아들에게 선물 했고요. 행운에 촛점을 둔것이 아니고 기념으로...ㅋ

인생살이에서는 이벤트를 많이 벌여야 행복하고 재밌거든요.

아들은 2월 생. 자수정이랍니다. 그것도 싼 보석이지요?

우리 애들은 태어나기도 탄생석이 싼 달에 태어나니, 효자들이에욤. 호홍~

 

 

 

이런 팔찌를 차고 다니려면 참으로 불편하겠어욤~ㅎㅎ

 

 

에리자베스 테일러 방을 따로 마련했더군요.

열 셋트 정도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 몇 가지 사진으로 찍어 왔고, 또 그 중 두어 개 올립니다.

 

 

사파이어가 저렇게 큰 것이 박혀있네요. 이 브로치는 리즈의 첫 남편이었던 리차드 버튼이 선물한 것이래요.

리차드 버튼이 말했다지요?

'리즈가 입에 올리는 단 한 마디의 그리스말은 불가리' 라고요. ㅎㅎㅎ. 그것도 말이 아니라 성씨 하나였네요.ㅋㅋ

 

 

전시회엘 가면 어느곳에나 있게 마련인 기념품 파는 곳.

이곳에서 보석은 살 수 없고, 보석이 무늬진 그림엽서 석 장을 사 들고 나왔다우. 딸과 며느리에게 보석엽서 선물하려고...ㅋㅋ

 

 

밖으로 나오니, 보석 보다 더 아름다운 쁘띠 팔레가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도 보석에 눈멀었던 내 시력을 다시 복원해 주었습니다.

 

 

오랜 공사 기간 끝에 아름답게 단장된 쁘띠팔레에는 항상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랑팔레에서도 모네전이 열리고 있던데, 이번 주에는 거기엘 갈 계획이에요. 요즘 김광우님 블방에 부지런히 다니면서

마네와 모네의 그림에 대한 글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거든요.

 

 

알렉상드르 3세교가 보입니다. 나는 파리에서 이 장소에 서 있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정녕 파리에 와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되는

나만의 특별한 느낌을 받는 장소거든요. 한 때는 알렉상드르 3세교의 불켜지는 시각에 맞추어 이리로 출근?을 하던 때도 있었다우.

큰애가 앵발리드 옆에 살 적에, 방학이 되어 내가 이곳에 오면 늘 저 다리에 와서 저녁 불켜지는 모습을 보고는 했지요.

마치 어린왕자의 별에서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내려와 저 다리위의 등에 불을 켜는 듯한 착각을 하면서....

이 느낌이 무얼 말하는지, 알렉상드르 3세교 위의 등불들이 켜지는 순간에 와서 보면 알게 될거예요.

 

 

그랑팔레 왼쪽에는 드골 아저씨가 보무도 당당하게 서 있고, 쁘띠팔레 왼쪽에는 처칠 할아버지가 지팡이 짚고 서 있답니다.

아니? 지팡이는 있던가 없던가....???

그들은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진하고 있어요. 당당하게, 또는 어눌하게...ㅎㅎㅎ

 

보석전을 보고 나오는데, 그랑팔레 다른 공간에서 모네전을 하고 있으니

에궁~ 모네전이나 볼걸. 그 많은 보석들은 봐도 뭘 봤는지, 뭘 본 건지...남는 것이 없네 했다우.

그러나 내 평생 볼 수 없는, 커다란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를 수만개씩이나  실컷 봤으니...그것으로 위로 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