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뒷모습

eunbee~ 2010. 11. 19. 19:06

-- 34st broadway --

작은딸과 나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소소한 수다를 늘어놓는다.
은비가 학교로 가기위해 현관문을 나선 후에는
우리 둘만의 수다시간이다.

오늘은 이 나라의 유명인사들의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로 아침을 보냈다.
이브생 로랑과 베르제,
장 콕토와 장 마레...등 등.
현직에 있는 들라노에는 파리시장에 출마하기 전에 이미 커밍아웃을 했음에도
동성애자라는 신분이 장애가 되지않는다는 걸 입증하기라도 하듯
파리시장에 당선되었으며, 재임까지 하고 있다.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놓다보면
작은딸이 출근할 시간이 된다.
자기방으로 가서 꽃단장을 하면, 나는 그방으로 따라가서 수다가 이어지고
옷방으로 가면 또 따라가서 수다는 끊기지를 않는다.
끊이지않는 수다속에서 작은딸의 모든 꽃단장은 끝이 난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작은딸은 참으로 멋스럽게 차려 입었다.
'패션은 하나의 축제다. 옷을 입는 것은 하나의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이브생 로랑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답게 입고, 손바닥만한 레스토랑으로 출근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내 딸이네." 라고 말을 한다.
"그러게 말이야, 난 항상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곳으로 가야 해."
그러면서 우린 함께 유쾌하게 웃는다.
그렇게 말을 하며 현관문을 나서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아쉬움과 대견함이 섞인 한숨을 쉬고
문을 닫는다.
내 딸들, 내 아들의 출근하는 뒷모습은 내겐 언제나 눈가를 촉촉하게 하는 애잔함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일이다.

-- 곰아저씨의 포스트 '만추'에서 --


얼마 전부터 나는 내아드님의 주선?으로
이곳에서 나를 필요로하는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아들이 엄마의 능력?을 인정하고, 활용할 수 있는 場을 만들어 주어
차려놓은 밥상에서 수저를 열심히 움직이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아들에게는 엄마의 뒷모습이 활기롭고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보여지기를 바라면서
누울자리 다리펼 자리를 알아서 마련해 주는 아들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갖는다.
'여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화장은 열정이다.'
이브생 로랑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충실한 강의를 위해, 교재연구에 시간을 할애해 본다.

내 뒷모습이 열정에 찬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지기를 애쓰며,
아들 딸들에게 보여지는 이엄마의 늙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열정으로 빛났으면 좋겠다.


사진 : 내게 선물해 주신 폴라베어님의 뉴욕의 가을 한자락. -- central park near east 86 gate --
http://blog.daum.net/masmi3


'맹그로브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빈이의 입대를 기념하여..  (0) 2011.03.04
38 광땡 대보름  (0) 2011.02.18
초복날 연밭에서...  (0) 2010.07.26
미안해 엄마~  (0) 2010.07.24
수종사 가는 길  (0) 2010.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