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작은 따님이랑 Belle Epine이란 쇼핑몰에 갔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아니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프랑스에서는 구름이 정말 멋져서 그것만 바라보아도 행복해집니다.
서울과는 다른 햇빛의 조도때문인지, 해가 던지는 조명은 북국의 어느 들판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벨 에핀에서 은비의 문제집과 전기용품을 샀습니다.
계획했던 쇼핑은 끝났건만 쇼핑의 여왕인 내작은따님은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엄마~ 저 여름샌들 예쁘네.
그거 사 줄까?
나는 싫다고 했습니다. 때마다 사주는 신발은 평생 신고도 남을텐데, 이제는 신발 뿐만이 아니라
나에 관한 모든 것들을 새로 장만하고 싶지가 않답니다.
가진 것만도 다 못 쓰고 못 입고 못 신을 판에 새로 산다는 것은 정말 낭비며 헛된 일이지요.
엄마 샌들 없잖아~
은비 것도 사고, 엄마 것도 사자.
팔자에 없는 여름샌들을 선물받아 그 자리에서 신고 집으로 왔습니다.
사기싫다더니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신고 오는 심사는 또 무엇인지요.ㅋㅋㅋ
집에 와서 은비에게 신발을 신켜보면서,
" 은비 샌들은 이거구, 할머니 샌들은 저거야, 예쁘지?" 작은따님이 말하더군요.
그 말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정답고 행복함을 가져다 주던지....
갑자기 우리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울엄마 살아 생전에 예쁜 신발 한켤레 사 드리며
"엄마 예쁘지? 이건 엄마 꺼구 저건 현정이 꺼야~"라고 말 한 번 해 볼 걸....ㅠㅠ
눈시울이 촉촉해져오기에 얼른 목욕탕으로 가서 얼굴을 씻는 척 했습니다.
울엄마 살아생전 못해 본 것을, 오늘 작은따님이 나에게 일깨워주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자식 키워봐야 부모맘을 알게 된다는 것이 참 서글픕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울엄마 손잡고 쏘공원을 거닐었답니다.
엄마 계실 하늘을 자꾸만 올려다 보며.....
미안해, 엄마~~중얼거렸습니다.
프랑스의 어머니날은 5월 마지막 일요일, 지난 어머니날에 은비가 자기엄마에게 선물한 꽃이예요.
엄마가 아직 살아계신 블친님들,
엄마께 여름샌들 예쁜 것 사 드리고, "엄마 예쁘지? 이건 엄마꺼구 이건 내꺼야~"라고 말 하세요.
그것처럼 행복하고 따스한 말은 없답니다.
꼭 그렇게 하세요.
세월은 무정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