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38 광땡 대보름

eunbee~ 2011. 2. 18. 05:47

 

AD820년 대부터 작은 성당으로 시작된 이 성당은, 점점 증축이 이어져 오늘의 모습으로.. 그러나 지금도 아주작은 성당.안토니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장소가 바로 성당길이란 이름을 가진 골목길과 성당이지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자칫하면 음력으로 오는 명절은 잊게 되지요.

더구나 모든 기념일을 양력으로 기념하는 우리가족들에게는 더욱 잊기 쉽고 헤아리기 어려운 음력입니다.

그러나 오늘 맞이한 정월 대보름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날이랍니다.

 

 

 

3 8 광땡.

올 해로 서른여덟이 되는 내아드님의 생일이 바로 오늘이거든요.

정월 대보름에 맞이하는 서른여덟 번째의 생일.

 

음력과 양력이 같은날 만나는 날은 19년 만에 한 번씩 돌아 온다고 하네요.

그러나 내아들 열아홉 살때는 무얼 했는지, 음,양력이 겹쳐지는 것도 모르고 지나갔어요.

올 해에도 아들이 알아낸 것이지요.

 

일생에서 두 번째로 맞는, 양력생일과 음력생일이 합일하는 날이 바로 오늘!!

명실공히 3 8 광땡 둥그런 보름달이 뜨는 날 맞이하는 생일이지요.

 

 

 

아들과 파리에 있는 우리가족들은 이틀 전부터 이메일을 주고.. 받고..

아들 생일을 축하하느라, 동생 생일을 축하하느라 전화통도 이메일도 분주했습니다.

 

어제,

이곳 날씨가 맑아서 달이 둥그렇게 떠 있기에, 믿을 수 없는 이곳 날씨가 염려스러워

달 사진도 찍어두고,(지금 찍어도 돼, 한국엔 지금 이시각이 이미 보름날이니까, 요러면서 ㅋㅋ)

 성당에도 갔습니다. 마침 성당 앞에 당도하자 종탑에서 종이 울립니다.

일곱시 오분전인데 종이 울려서, 성당벽에 걸린 시계가 늦게 가는구나 했더니, 정각 7시에는 일곱 번의 종을 다시 울려주었습니다.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닌데, 나는 마냥 좋아하며, 5분전에도 정각에도 울려주는 종소리가 마치 내아드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종소리로 들려오고....ㅎㅎ.   그래서 달맞이를 했지요.

한국은 지금 이시각이 보름날이야...자꾸만 그렇게 합리화하며...^*^

 

 

 

성당엘 들어가려 했더니, 어머나~ 문이 잠겼어요.

성당문을 이렇게 일찍 닫다니...

그러나 여러개의 종들이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울려주는 아름다운 성당종소리를

종탑 바로 아래서 보고 들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촛불을 밝혀두고 기도하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성당골목을 내려오다가 부처님 그림이 있기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찍어 왔어욤~. 스테파노의 생일날 부처님께 기도해도 좋을테니까요.ㅋㅋ

 

 

오늘,

보름날이라 나물을 만든다고, 솜씨 없는 내가 블친구네 블방을 여기저기 다니며 컨닝을 해서

집에 있는 재료들로 이것 저것 만들었어요. 보름이기도 하지만 아들 생일상을 차려서 우리끼리 파티를 하려구요.

 

아들을 생각하며, 마치 아들이 먹으러 오기라도 할 것처럼 신나게 정성스럽게 잡채를 만들었어요.

아들은 무엇이든 잘 먹지만, 엄마랑 즐겨먹는 것이 잡채거든요.

채썬 고기가 왜 덩어리져서 있대~? ㅋㅋ 솜씨하고는..ㅉㅉ

 

38년 전 내엄마는, 배가 반달처럼 불러온 작은 딸을 위해서

내륙지방인 내고향에서 천리만리나 되는 남쪽 바닷가 도시로 기차타고, 기차타고, 또 기차타고 오셨지요.

보름날 나물을 만드시다가 외손주를 보신 엄마.

내아들이 이세상에서 가장 먼저 얼굴을 마주한 사람이 내엄마입니다.

 

첫애기를 병원에서 낳고는,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다시는 병원에 가지않겠다고 고집하는 나는

산파가 집으로 와서 편안한 내집에서 둘째딸도 아들도 낳았습니다.

 

 

연년생으로 딸 둘을 낳고,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느라 집을 비웠던 아들 아빠는 종전이 되어서 귀국했는데,

집떠난지 7개월만에 돌아와서 전화로 하는 말, '정말 아들이야? 거짓말이지~?'

그렇게 거짓말처럼 믿을 수 없으리만큼 반가운 아들이었나 봐요.ㅎㅎ

 

닭날개를 양념해서 재워두었다가, 마른녹말가루 입히고 달걀흰자 씌워서 두 번 튀겼어요.

 

그렇게 아들은 우리곁에 왔고, 세월은 또 이렇게 흘렀습니다그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부모 속을 썩여본 일이 없는 아드님.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이렇게 멋진 남자가 내아들로 와 준 것은 내일생 최대의 선물이며 축복이지요.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내아드님~

 

축배를 들었습니다.

아들의, 동생의, 삼촌의, 생일을!! 38 광땡 생일을 축하!!!합니다

 

 

 

오늘도 휘엉청 3 8 광땡 달이 떴습니다.

파리에서의 보름달을 보며, 소원빌기를 방금 마치고 들어왔습니다.

 

 

 

한국의 새벽 2시의 보름달을 파리에서 찍은 달,  참 예쁘죠?

방금 보고 들어온 파리의 저녁 아홉시 달도, 꽉찬 환한 얼굴로 정말 아름답습니다.

 

 

 

38년 만에 만나는 의미깊은 생일날에,  환한 보름달을 볼 수 있게 되어

천지신명께도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다지요? *^______^* 고맙고 행복해서.

 

아들이 말하지요.

"엄마랑 나는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지?"

 

아들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가슴이 싸아~해집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세월이 우리에겐 너무 많답니다.

 

아들 말대로, 이 뜻깊은 생일이 들어있는 2011년에는 더더욱 멋진 날들이 이어지기를...

3 8 광땡을 잡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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