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버지 위패가 모셔진 수종사엘 가자고 한다.
휴일날 수종사 가는 길의 상황을 잘 알면서도 가잔다.
운전하는 사람은 아들이니까, 그래 맘 단단히 먹고 나서 보자.
오모나~~
에구구~~
예상대로 길은 꽉 막혀서....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막힌 길이 다행이다 싶게
눈아래 펼쳐지는 강마을 풍경을 즐기며 간다.
엄마 내려서 사진 찍어~
아들의 권유에 용기를 얻어 갓길에 차를 세워주는 고마운 아들의 서비스를 마다않고
막샷 눌렀다.
스몰에이형인 내가 뒷차들의 눈치를 보면서...^^
아들은 기왕에 내린 것 천천히 많이 찍으셔~ 응원을 보낸다.ㅎㅎ
저기 윗쪽 희끄무레 보이는 물줄기는 남한강
앞쪽으로 푸르게 보이는 물줄기는 북한강
두 물줄기의 색깔이 선연히 다르다.
남한강쪽에 비가 많이 내렸나보다. 흙탕물이 내려오는 걸 보니...
두 물은 두물머리에서 섞이질 않는구나.
흑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터키 보스포러스해협 부근에서도 보았던 현상이다.
강마을에 살던 때,
자주 나오던 이곳.
분홍 연꽃이 활짝핀 연밭도,
이렇게 꽃을 피울 생각도 않고 있는 연밭도
한 눈에 들어 온다.
정오를 지나 떠난 수종사 가는 길은 얼마나 막히는지
양수리로 접어드니 배가 고파온다.
가끔 가던 중국음식점에 들러서 우리가 자주 먹던 중국식 냉면을 먹는다.
면은 남기더라도 국물은 다 드셔요~
국물에 좋은 영양분이 많이 잠겼다고 주인장이 일러주는 말이다.
고소한 땅콩쏘스를 듬뿍넣어 먹는 중국식 냉면이 오늘따라 그 맛이 더 짙고 맛난다.
내 며느님이 특히 좋아하는 냉면이다.ㅋㅋ
타이어에서 탄내가 나도록 오르막길을 무작정 굴러 올라왔다.
교행을 할라치면, 이건 간이 오그라든다.
옆에는 벼랑, 자갈돌은 튀고, 바퀴는 헛돈다.
아버지 만나뵈러 가는 날마다 이렇게 위험한? 운전을 하는 아들에게
다음부터는 차 세워두고 걸어 올라 가라고 부탁한다.
멀리 우리아들네 강마을 집이 보인다.
저곳에서의 내 1년은 평생에 가장 인상적인 거주지의 추억으로 남을 거다.
언젠가 다시 살고 싶은 곳.
수종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두물머리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구나.
백중날 또 오자고 핸펀 일정표에 저장해 두는 며느님..
나는 집에서 그냥 지장경이나 읽지 뭣하러 이렇게 차막히고 위험한길을
오느냐고 걱정이다.
아들은 그것이 정성이잖아~라고 한다. ㅠㅠ
어느해 가을날
몇 백 년 됐음직한 이 은행나무아래서 은행을 주웠지.
오늘은 강마을을 내려다 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수종사 범종소리는 참으로 무정하다.
강마을에 살 적에
그리도 기다리는 종소리는 결코 나에게 들려오지 않았다.
꿈속에서 한 번쯤 들었던 것처럼 기억에 아스름한 수종사 종소리~~
오늘도 먹먹하니 그냥 매달려 있다.
나는 성당이나 절이나
종소리 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파리에선 여기저기 성당마다 아름다운 종소리를
얼마나 자주 울려 주던가!
오늘 찻집은 이 시각으로 닫습니다.
그리 늦지도 않았건만, 찻집도 손님을 그만 맞이하겠단다.
수종사는 이래저래 매정한 것같다. ㅋㅋㅋ
수종사가 다정하거나 매정하거나
아무 불평없이, 애들 아버지는 이곳에서 고요롭게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강마을 아들네 집을 항상 바라보며 아들네들.. 딸네들의 안녕과 행복을 지켜주고 있다.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영가께 삼배 올리고
향불 피워 올리고
수종사를 떠난다.
오겡끼데스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안부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