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수안보 가는 길

eunbee~ 2009. 5. 24. 18:41

'수안보 가는 길'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나니,

아주아주 옛날, 1960년대 중반, 조병화시인이 출간한 시집' 공존의 이유'가

떠 오른다.

나는 그 때, 내 고향과 가까운 수안보라는 지명이 詩의 제목으로 붙는다는 것이

생경스러우면서도 반가운 일이라는 이상한 느낌을 경험한 순진스런? 소녀였었다.

참으로 오래전의 기억이다.

 

오늘은 막내동생네 가족과 함께 수안보 온천에 들렀다 오는 길에

꿩꿩갤러리-내가 붙인 이름-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집 주변의 아기자기한 작은 꽃들과 분재들을 보며, 느린흐름의 시간과

사람의 작은정성들이 겹쳐 이루어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어 반가웠다.

작은 것들이 주는 소소한 아름다움과 행복.

그 것은 참으로 포근한 느낌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조각을 하는 그 집 주인은

공방으로 우리를 안내하여, 자기 작품도 보여주고...

야생화 피는 낮은 비탈에 선 장승들을 보며 자녀이야기도 들려주며...

 

이렇게 사람사는 모습은 따스하고 정겨워,

인간도처 유청산人間到處 有靑山 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행복한 나들이었다.

 

그런데...

'수안보 가는 길'

조병화님은 어떻게 노래했었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 詩集이 책방에 있기나 할까?

 

 

              '수안보 가는 길'

 

 

 

 

 그 갤러리에서 구입한 작은 찻상.

 

켜 놓은 촛불은

노무현 前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뜻에서...

 

'안녕히 가세요. 애 쓰셨습니다.'

 

찻상을 구입해서 맨처음으로 사용한 일.

이렇게라도 나는 그분에게 예의를 표하고 싶다.

이승을 잠시 함께 산 인연으로.....

 

                  길이는 90 여Cm쯤? 폭은 40 여Cm쯤?

                  작지만 엄청나게 무거운....

 

더보기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조병화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일이 어려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을 늦춰서 기쁘리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먼 세월이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얼마나 허전한 고마운 사랑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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