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
시린 손 호호불며 얼음 지치던 곳.
저만치 달아나 버린, 나의 세월 뒤에
이제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들은 이곳에 쌓여 있는데
흐른 것은 내가 아닐까?
바람은 알고 있다.
5000억 개의 원소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이
구름이란 걸...
때때로
저 물 속에
세월이란 이름으로 침잠한다는 걸...
흐른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체념인가.
흐른다는 건
얼마나 넉넉한 사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