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푸른부인을 위한 사진 1

eunbee~ 2009. 5. 16. 15:23

 

             5월 16일

             비가 온다.

             강아지들은 안으로 들어 오고 싶어서 진흙을 유리창에 문질러 놓았다.ㅋㅋ

             목욕이나 하고 들어 오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멀리 보이는 큰나무가 밤나무. 이곳에서는 온갖 새들이 노래하고,

             청설모가 나무타기 놀이를 자주한다.

             단풍나무밑 항아리에는 과실주가 담겨 있고, 그 걸 담근 삼촌이 그 걸 마시거나 활용하는 걸 

             나는 본 일이 없다.

             왜 담갔을까?

             그리고 가장 큰 독에는 강아지들 먹이가 한가마니씩 담겨져 있고....

 

검은 강아지 두마리.

앞쪽의 강아지는 콩이/어릴 때 데굴데굴 얼마나 잘 굴러 다니는지 검은콩같이 단단해서 콩이라고 작명/

뒷쪽 검은 강아지는 태어나고 한참이나 이름이 없다가 봄에 지어 주었다. 그 이름 뉘~

이름이 없어 뉘신감? 하다가, 뉘로, 그리고 진짜 이름으로 뉘(nuit). 밤같이 까만놈이라서...

그리고 걸음걸이도 비겁하게 걷고, 하이에나처럼 생김도 비겁하게 생겼다.

밤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쫄개/졸개/건달처럼...하하하 

 

유리창을 마구마구 진탕칠해 놓은 것은 가을이 짓거리~

 

 

매실이 열리는 나무밑에 유리식탁과 의자... 늘 비어있다우.

우리집 강아지들 중에서 젤루 똑똑한 콩이.

눈치빠른 콩이는 이렇게 마루위에 있어야 먹을 것을 하나라도 더 먹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 처마밑에 몇 십년을 그렇게 서 있었을 살구나무엔

살구가 맺었다. 머잖아 익겠지...

 

 

마당 한켠의 지하수 펌프와, 그 곁에 심어둔 상추랑 쑥갓이랑...보이지 않는 토란이랑.....

초봄에 큰외숙모가 부지런을 떨면서 씨앗 뿌렸는데, 나는 가꿀줄을 몰라 그냥 하늘에 맡겨 두었다. 

       바람과 햇빛과 땅이 그들을 이렇게 키워내고 있으니, 참으로 경이롭다.

 

 

마루에서 펌프까지 이르는 마당에 돌을 이렇게....

나는 징검다리를 무척 좋아한다.

오늘은 비가 와서 밖에 나가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왜냐구? 가을이가 마구마구 뛰어 오르는데

내 옷이 진흙으로 엉망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창문 안에서 대강 몇 컷 담아서 우선...이렇게...뭐... 시시껄렁 하지만서두...큰따님의 궁금함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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