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많이도 기울었다.
갸우뚱 기우린 만큼 다정해 졌고
빛깔도 부드럽다.
11월의 햇살은
여름날의 쏟아붓는 햇볕이 아니다.
힘든 삶의 구비구비를 돌아
절이 삭고 결이 고와진 철든 여인의 품안처럼
은근한 포근함이 감돈다.
먼곳에서
비스듬한 포옹으로
시린 등허리를 살그머니 덥혀 주는,
수줍은 청상과부의 숨은 사랑처럼
그렇게
11월의 햇살은 눈물겨운 따스함이다.
무심한듯
아껴두었던 마지막 정념을
갈바람에 얹어
이런것 저런것 여기저기
구별없이 잦아 든다.
11월의 햇살은
슬픈 이승을 떠나는
情많은 女人의 마지막 사랑같은
애달픈 視線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