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오두막에 나그네 개가 들어와서 이제는 터줏대감이 되었다.
업둥이도 아니고, 초대받은 손님도 아닌 지나가던 개 한마리가
이곳이 좋아서 눌러 살고 있단다.-지금은 여섯마리로 늘어 난 三代가 산다.-
내 둘째 남동생의 예쁜 아내가 얘기 하길, 전에도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개가 있었는데
지금의 이 누렁이가 들어와서는 그 개를 쫓아 냈다고 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거지요.'라고 말했다.ㅋㅋㅋ
내가 이 오두막으로 이사를 온 이후엔
이집 터줏대감 누렁이가 나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
이 개는 사람의 손길과 사랑을 알고 자란 녀석인 것같다.
어쩌다가 버림을 받은건지, 아니면 미아가 된건지, 가엾다는 마음에서
먹을 것도 나누어 먹고, 쓰다듬어 주고, 벌렁 누우면 배도 만져 주고 하니까
더욱 잘 따른다.
오늘은 김장 무를 썰고 있는 내 곁에 와서
내 다리를 베고 누워서 졸고 있었다.
나를 이렇게 잘 따르는 녀석에게 이름을 하나 선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그게 좋겠다.
내아드님 강아지들이 겨울이, 여름이, 봄이..가 있으니
이 누렁이는 [가을이]로 해야 겠다.
가을에 만난 인연으로....
~가을에 찍어 놓은 가을이 사진을 이제야 올린다.~ 지금은 해를 넘긴 2009년 2월.
따스한 햇볕속에서 해바라기 하며 놀고 있는 녀석에게
'가을아~ 가을아~'하면서 자꾸만 불렀다.
귀에 익으라고...
몇번인가를 부른 후에, 저만치 떨어진 위치에서 '가을아~'하면서
소리쳐 봤다.
오호? 가을이가 겅중겅중 뛰어서 내게로 온다.
와~ 이제 이녀석은 [가을이]가 됐다.
언니네 집에 있는 개와 같은 種인데, ENGLISH COCKER SPANIEL 이라고 하던가?
아메리칸 코커 스패니얼 이라던가?
축 늘어진 멋들어진 귀에는 이어링이 양쪽에 묵직하게 매달려 있다.
흙속에서 뒹굴어서, 멋지게 늘어진 긴 귀의 털끝에 흙덩이가 매달려 있는거다.
나는 그것을 이어링이라고 인정해 준다.
이녀석은 많이 늙은 할머니개니까, 그 용모에 걸맞는 점잖은 귀걸이를 품위있게? 장식한거다. 하하하
나는 이렇게 이 가을날, 또 하나의 인연과 사랑을 맺었다.
[가을이]랑...
情이란게 참으로 너무 안타까운 거라서, 다시는 아무것하고도 情들이지 않으려 했으나
사는게 어디 그렇던가.
정 맺고 정 주고 정 나누고 정 받고 사는 거지.
오두막 살이에서 [가을이]가 있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축복이다.
가을아~ 오래도록 사랑나누며 살자.
그런데 내 남동생의 예쁜 아내가 나에게 부탁을 한다.
'고모~ 저 개도 이름 지어 줘요.'
가을이가 낳은 검둥이가 가을이 옆에서 졸고 있었다.
뭐라고 지으면 좋을까...?
작명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
가을이, 사랑이, 콩이, 언년이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