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에서 문호리를 가려면 풍경좋은 강을 따라 가게 됩니다.
초이레 달이 예쁘게 걸린 밤길을
강물을 따라 갔습니다.
맑게 빛나는 달이 참으로 곱습니다.
오늘 밤에 만난 달은 더욱 정결하고 착해 보입니다.
곱상하게 허리를 굽히고
볼그스럼한 볼을 살짝 옆으로 돌리고
가만가만 웃는 모습으로
맑은 밤하늘에 청아하게 떠 있습니다.
달이 맑은 건지, 하늘이 맑은 건지...마음속까지 맑아 집니다.
달이 남성일까 여성일까..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오늘 만난 달은 분명히 여자입니다.
곱고 착하고 청아한 여인.
그동안 나는 무얼하느라
저렇게 휘어진 허리가 채워지도록 달을 보지 못한 걸까요.
초사흘이 언제 지났는지, 초닷새가 오기나 했던것인지...
바람같이 하루들은 온줄도 모르는데, 지나가 버렸네요.
산속 찻집에 앉았습니다.
어디선가 소쩍새가 웁니다.
자귀나무 꽃향이 흩어지는 밤에 울어야 제맛인 저 새가
여직껏 그렇게 있었나 봐요.
곱디고운 오늘밤 달을 만나려고 산속에 숨어 있었나 봐요.
달은 부끄런 미소를 짓고
소쩍새 소리는 행복하게 울립니다.
오늘 밤 달과 소쩍새는
달콤한 詩가 되어 나에게 날아와 앉았습니다.
달에 취한 몽롱한 밤입니다.
白露 전 날. 달이 하도 고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