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난다. 라는 말만으로도 충분히 내 맘은 들떴었다.
몇 주 전부터 여행 가방은 입이 벌려진채, 거실 한귀퉁이에 놓여졌고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생각날 때마다 집어 넣으며
행복해 했는데...
여행도 거듭 빈번해지니, 준비랄 것도 없는 것 같고
호들갑 떨며 행복하단 생각을 해 대지도 않게 되었다.
매일 같은 장소로 출근하다가 어느날 다소 먼 곳으로 출장가는 기분이 이러할까?
나이 숫자가 많아질수록 매사에 덤덤해지는 현상일까?
아무튼 이번 여행은 아들이 서점에서 골라온, 여행지에 대한 책을 대강 넘겨 본 정도로
여행 떠나기 전 공부도 끝을 냈다.
엄마를 위한 책이 아니라, 아들이 얼마 후에는 그곳으로 떠나기 때문에 준비한 책.ㅋㅋ
그래도 책 표지엔 거창하게 쓰여있다.
0000 백배 즐기기
백배는 그만두고, 보여지는 것이라도 제대로 보게 되었다면 다행이리라.
그런데 이번 여행에는
그동안 그렇게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한번...해봐?
뭐냐? 하면~
우선, 내 방짝꿍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켜 보는 일이다.
나는 小世地 기질이 있는 전형적인 스몰 에이a 형 이라서,
적잖게 다니는 여행을
보디가드가 없는 한, 배낭여행은 생각도 못해 봤고, 백일몽처럼 꿈만 꾸면서,
주야장천 패키지 매니아로 살았다.
내친구 두비야/내가 지어준 이름. 한비야 못지않게 오지奧地만 다닌다/는 혼자서도
온 세상을 떠 돌아 다니더구먼...에구구 한심한 내 주제~~
그리하야~
이번에도 역쉬~~~
그동안 만났던 룸메이트들에 대한 나의 태도를 再考해 볼때
나는 참 '예의적'에 입각한 '의무적'관심과,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내 기본 '인간애적'인 배려 이상의 관심을 배제排除 했었다. '의도적'인게 아니라
그냥~ 저절로...ㅋㅋ
원래 생겨 먹기를, 사람 살피는 것을 싫어 하고, 대강 한박자 늦게 깨닫고,
한시간을 함께 이야기 한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그 사람의 인상착의를 말할라치면
도통 생각나는 게 아~무것도 없는 관찰력 제로인 나인지라,
얼굴도 이름도 주소도 출신도 모르는 여행 룸메이트에 대해서인들
살필 여력이 없는거였다.
그러나,
요번엔, 우선 방짝꿍과 궁합을 맞추고, 그의 인생에도 한번 끼어 들어 보기로 하고.
뭐~ 요런 생각 가져 보는데...
황당한 짝꿍 만나면 맬짱 도루묵이 될 수도...키키~켁!
두번째는
나만의 타로카드를 만들어 오고 싶다.
자연이 주는 영감에서 엮어 올려진, 내 스스로에게 염력을 불어 넣을 핸드 메이드 타로카드,
그것도 셀프써비스로~~히히
재밌을 것 같다. 심오한 탐구심과 뛰어난 영감이 요구 되겠지만...
그게 또 내 장끼! 몽상과 망상과 몽환이 이루어 내는 백일몽의 결정체!! 엇쭈구리~
아름다운 자연
드넓게 펼쳐져 있다는 초원들
전설속에 잠자는 대지에서
푸른별 귀퉁이에 박힌 신비스런 체온을, 광부처럼 캐 내 오고 싶다.
빈 마음으로 서 있는 한그루 나무로 떠나
낯선 이국의 정기로 꽉 채워오고 싶다. 그렇게 돌아 와
나만의 타로카드로 점을 치면서 북반구의 가을 맞이를 새롭게 해 봐야지.
점괘가 아주 좋은 카드만 골라 올거얌!
빈 나무로 떠나서
나만의 타로카드를 만들어 올거야 .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氣를 몽땅 넣어 와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