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렌즈 lens에...

eunbee~ 2008. 8. 2. 17:52

언제부터인가 렌즈에 이상한 물질들이 달라 붙어서

이리저리 날아 다닌다.

자세히 보려고 하면, 좀처럼 살펴지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다.

마치 꼬리가 달린 精子 몇마리가 날아 다니는 듯도 하고

굵은 먼지, 가는 먼지들이 날아 다니는 듯도 하다.

어느때는 그 먼지들이 활개를 치며 돌아 다니고, 어느때는 잠잠하기도 하다.

나는 재미?있게 그 현상들을 즐긴다.

옆으로도 날려 보내고, 위로도 날려 보내고

왼쪽으로 정자 한마리를 쫓아내면, 모든 놈들이 한꺼번에 와- 하고 따라 붙는다.

오른쪽으로 정자 두마리를 헤엄치게 하려해도, 또 다시 한꺼번에 줄달음친다.

참 재밌다.

이 놀이도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심심하거나  한가하거나,

먼곳을 멍하니 바라볼 때, 가끔씩 하는 놀이다.

밝은 곳에 앉아서....

 

그러던 어느날,

정확히 말해서 닷새 쯤 전부터

오른쪽 렌즈에 확실한 물질이 출현했다.

개미 두마리가 서로의 손을 잡고, 꽁무니를  마주 붙이고

U자형 체위 짝짓기를 하는 놈들이다.하하하

망칙스럽다구? 천만에~ 아주 귀엽고, 명랑하고, 거무스름, 희끄무레...천생연분 금슬좋은 개미 두마리!!

렌즈에 붙은 작은 먼지같기도, 정자 같기도 한 것들과는 달리,

확실한 모습에 크기는 무려 열배? 스무배?....아주 커다란 놈들이다.

정확하게 개미 두마리의 형상이다. 그것도 끝나지 않는 짝짓기를 하는 놈들...푸하하하

 

그제는 강가에 앉아서, 그 놈들과 놀았다.

콧노래를 흥얼대며, 왼쪽으로 투스텝.. 오른쪽으로 월츠스텝...

위로 점프... 아래로 내려오면서 턴~~~

와~ 참 재밌다.

그렇게 신나게 온갖 스텝을 바삐 빙빙 돌려대도, 두 놈은 떨어지질 않는다.

영영 이렇게 둘이 한몸이 되어서 지내려나 보다.

개미 두마리의  사랑 놀이를 나는 아주아주 오래오래 봐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재밌는 정자들의 헤엄치기와, 개미 두마리의 영원한 짝짓기 춤이 이루어 지는 곳은

바로 내 눈이기 때문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 가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심심풀이 놀이 꺼리가 나에게 있다.

공짜다. 캬~~~

 

*나처럼 눈에 뭔가 먼지 같은 것들이 떠 다니면, 그것을 즐겨 보세요. 재밌어요. *^&^*

내 큰사위님은 병원에 가서 뭔 치료를 받았다는데.... 아이고~ 뭐 병원가는 건 무섭구..

걍 살며 즐기지 뭐~~~ 의식해야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니까... 불편없음!

비는 구성지게 오고, 축축하고 후텁지근한데... 또 개미 두놈과 놀아나 볼까?

그런데 어두운 곳에서는 이 놀이하기에 무진장 지장있음!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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