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에서
붉은 고추가 단맛을 모으는 한 낮.
잠자리는 빈 하늘을 빙빙 돌고
쓰르라미 소리 그칠 새 없어 숲은 수선스럽다.
탱탱하게 알찬 젊은이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권태로운 여름 햇살에 눈살 찌푸리며
허리굽혀 길 걷는 사람은
모두 늙은이...
꽃같은 삼사월, 세월 다 보내고
칠팔월 한더위에 끈끈한 바람이래도 좋으니
한 점 바람아 불어라~ 소원하며
땡볕 속을 거미처럼 걸어 가는 늙은이.
가던 길 멈추고 멍 하니 서서 바라 보니
검버섯 핀 손 끝에
강아지풀 한 다발...
그걸 무엇에 쓰려고 안고 갈까.
울컥 서러워진다.
여윈 손에 들려있는 강아지풀이 서럽고
늙은 발자욱이 서럽고...
땡볕 아래, 목적지 잊은 걸음새로 가는
저 늙은이가 더욱 서럽다.
무정한...세월과... 人間事와...
.
.
땡볕이
내 시린 눈물을 훔쳐 준다.
시골길
한적한 곳에서 만나는 노인들은 정말 서럽다.
그 분들은 언제나 쓸쓸하게 혼자 간다.
땡볕 쏟아 내리며 내는, 잉잉대는 소리그림자가
오늘도 기절할 것만 같은 염천인데...
음력 칠월 기우는 해에 검정 소 뿔이 빠진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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