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땡볕

eunbee~ 2008. 8. 4. 14:58

 

고추밭에서

붉은 고추가 단맛을 모으는 한 낮.

잠자리는 빈 하늘을 빙빙 돌고

쓰르라미 소리 그칠 새 없어  숲은 수선스럽다.

 

탱탱하게 알찬 젊은이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권태로운 여름 햇살에 눈살 찌푸리며

허리굽혀 길 걷는 사람은

모두 늙은이...

 

꽃같은 삼사월,  세월 다 보내고

칠팔월 한더위에 끈끈한 바람이래도 좋으니

한 점 바람아 불어라~ 소원하며

땡볕 속을 거미처럼 걸어 가는 늙은이.

 

가던 길 멈추고 멍 하니 서서 바라 보니

검버섯 핀 손 끝에

강아지풀 한 다발...

그걸 무엇에 쓰려고 안고 갈까.

울컥 서러워진다.

 

여윈 손에 들려있는 강아지풀이 서럽고

늙은 발자욱이 서럽고...

땡볕 아래, 목적지 잊은 걸음새로 가는

저 늙은이가 더욱  서럽다.

 

무정한...세월과... 人間事와...

.

.

땡볕이

내 시린 눈물을 훔쳐 준다.

 

 

시골길

한적한 곳에서 만나는 노인들은 정말 서럽다.

그 분들은 언제나 쓸쓸하게 혼자 간다.

땡볕 쏟아 내리며 내는, 잉잉대는 소리그림자가

오늘도 기절할 것만 같은 염천인데...

음력 칠월 기우는 해에 검정 소 뿔이 빠진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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