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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티켓

큰딸이 카톡으로 귀한(?) 사진 두 장을 보내왔다. 2009년 어느 날 내가 책갈피에 꽂아 두었을, 영화관람 티켓 앞뒷면을 찍어보내며 '엄마가 내게 읽으라 준 조윤범의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에 이런 티켓이 '책갈피'로 꽂혀있네. 뒷면엔 엄마 글씨로 메모도 있고.' 이 티켓을 살펴보며 내 일상 속 르네상스 시절을 회상하는 계기가 되니, 새삼 큰애의 살가움이 고맙다. 80년대 후반부터 학교 동료들과, 친구들과, 막내올케와, 딸과 그리고 혼자서, 부지런히 도 다니던 공연장, 영화관, 미술관... 사진 속 티켓은 아마도 막내올케랑 함께 감상한 것일 듯. 梨大 안에 있는 독립영화관 '모모'인걸 보니... 나랑 그녀가 그곳 영화관엘 몇 행보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단골 영화관은 광화문에 있는 '시네큐브'였지. H..

영화읽기 2024.09.20

지난 여름, 늦은 기록

파리 올림픽을 피해서 두 딸들은 파리를 탈출했다. 그러나 파리 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 그 애들은 엄마랑 나란히 앉아 밤을 지새웠다. 파리지앵의, 프랑세스의, 그 자유분방한 축제를 찬탄하며. 그들은 역시 그들 다웠다. 파리의 모든 것, 모든 곳이 훌륭한 무대였고 그들답게 그들의 철학과 방식으로 표현하며 초대에 참여해 준 세계인을 환영했다. 큰딸은 콩시에르주리에서의 장면 연출을, 나는 센느를 질주하는 철마와 그에 이어지는 뛸르리의 성화를, 작은딸은 루브르의 명화 속에서 걸어 나온 인물들이 창가에 서서, 창밖의 오늘을 구경하고 즐기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가장 멋진 연출로 꼽았다. 역시 파리가 파리를 했다.^^ 중세에 파리 사람은 'Les trublions 레 트뤼블리옹'이라 불리웠단다. 말썽꾼^^..

일상 2024.09.12

8월, 그 무덥던 날들에

갔다. 모두들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빈자리가 허전타. 40여 일 남짓, 우린 작렬하는 태양과 맞서야겠다는 듯 맹렬한 날들을 보냈다. 좁은 집에서 복닥복닥 뜨거운 포도 위에서 우왕좌왕 승용차로 비행기로 내 나라 남의 나라 헤매기. 그러다 보니 땡볕도 지치고 애들도 지쳐, 이젠 매미의 마지막 연주를 고별곡으로 두 딸은 이 땅을 떠났다. 법적 자기 나라로, 이역만리타국으로. 각각 유학길에 오른지 30,32 년 만에 두 자매가 함께 온 올해, 2024 년 한여름. 역대급 더위에 놀라, 엄마를 프랑스로 장기체류를 권한다. 혹한을 걱정했더니 혹서는 더 무섭다며..ㅎ 그렇게 자매는 동반 외출을 마치고 다시 자기네 둥지로 돌아가 깨똑소리 요란하게 안부 묻는다. 빗소리 담긴 영상 보내며 "엄마~ 여긴 추워서 수면양말 신고..

일상 202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