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온 지 23일째. 지금은 아들이랑 부르고뉴를 헤매는 중. 들녘이 얼마나 너른지 매일 '원의 중심을 달리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게 360도 펼쳐진 평야, 노오란 유채꽃과 초록초록 밀싹, 아직은 앙상한 포도나뭇가지들이 풍요와 평온을 선물하는 곳. 부르고뉴 시골에 숨어있는 중세 마을, 매일 한 곳을 탐방하다 보니 이젠 모두 헷갈리네. ㅎ 암튼 우린 이러고 다닌다. '호모 비아토르 (여행하는 인간). 인류는 걸었다. 끝도 없이 걷거나 뛰었고, 그게 다른 포유류와는 다른 인류의 강점이었다. ' 김영하의《여행의 이유》에서 읽었지. 숙소에서 조식 간단히 하고 길을 나서면, 종일 차로 이동하거나 걷는다. 아들은 가끔 풍경 스케치를 하고, 나는 가끔 '죽는 날까지 걷고 싶다'라는 헛소리를 뱉는다. 우리의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