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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비아토르

집 떠나온 지 23일째. 지금은 아들이랑 부르고뉴를 헤매는 중. 들녘이 얼마나 너른지 매일 '원의 중심을 달리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게 360도 펼쳐진 평야, 노오란 유채꽃과 초록초록 밀싹, 아직은 앙상한 포도나뭇가지들이 풍요와 평온을 선물하는 곳. 부르고뉴 시골에 숨어있는 중세 마을, 매일 한 곳을 탐방하다 보니 이젠 모두 헷갈리네. ㅎ 암튼 우린 이러고 다닌다. '호모 비아토르 (여행하는 인간). 인류는 걸었다. 끝도 없이 걷거나 뛰었고, 그게 다른 포유류와는 다른 인류의 강점이었다. ' 김영하의《여행의 이유》에서 읽었지. 숙소에서 조식 간단히 하고 길을 나서면, 종일 차로 이동하거나 걷는다. 아들은 가끔 풍경 스케치를 하고, 나는 가끔 '죽는 날까지 걷고 싶다'라는 헛소리를 뱉는다. 우리의 숙소..

파리에서 2023.04.13

경칩 / 주용일

땅이 풀린 것이 먼저였다 나뭇가지에 젖이 핑그르 돌고 껍질 속 벌레들이 꿈틀 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배고픈 새가 날아들어 나무 쪼는 소리 산 메아리지고 문득 너를 생각하며 내 가슴 속에서 개구리들이 폴짝폴짝 뛴 것은 그 다음 다음이었다 🧚‍♀️🧚‍♀️🧚‍♀️ 2023. 03. 05 절기는 경칩 오후 4시 ~ 6시 날씨가 한결 포근해졌다. 탄천 우안을 두 시간 가까이 걸었다. 버들강아지 표정이 간지럽다. 보드라운 봄이 한껏 가차이 왔다. 내가 자꾸만 웃고 있다. 💃💃💃 개구리는 폴짝 뛰어나오련만 나는 게걸음으로 옮겨가며 폰카 셧터를 눌러댔다. 시보다 못할 바 없는 저 물그림자들의 기하학

일상 2023.03.05

뭐니 뭐니 해도 벗은 책이 최고

벗은 책? 책이 벗었다고? '옷을 벗고 색을 입다'라는 말은 들어봤다고? 아니 아니, 친구는 책 친구가 최고~ 하 수상한 정치판 이야기에 왕짜증 돋는 요즈음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 열독에 젖는 시간 최고! 고개 들어보니 서녘엔 놀이 붉다. 오호~ 어느새 저리 고운 색을 입었을꼬. 하늘이 입는 색은 시시 때때 환희롭다. 지구별에서 가장 못된 무리는 인간이겠지? 책이나 벗하고 하늘, 별, 꽃, 달, 토끼, 송아지, 강아지, 고래, 새우, 다람쥐, 염소, 노루, 아기고양이, 새, 새들, 새 떼... 그들을 떠올리자. 읽던 책 읽고 싶은 책 몽땅 대여해 왔다.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 파트릭 모디아노 《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 》 - 하인리히 뵐 《 백일법문 》- 성철스님 법어집 上 뭐니 뭐니 해도 벗은..

일상 202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