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이런 날도...

eunbee~ 2008. 4. 17. 22:24

아침나절 내내 빈둥대며, 집안을 어슬렁 대다가

서너 시간을 이승우의 책과  씨름을 하고는

늦은 점심을 먹고, 흔들의자에 앉았다.

아무래도 강물 위를 넘실대고 있는 빛들이 심상찮게 보여서

좌정하고 앉아, 그 빛을 분석하고 감상해 보기로 했다.

 

은빛으로 부서지는 햇빛은

수억만 개의 다이아몬드로 강물 위에 반짝인다.

톡톡 튀는 듯이 보이는 맑고 투명한 20캐럿 크기의 다이아몬드는 명멸하며 

수면위에서 수선거리고 아롱대며  흔들린다.

바람의 세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금방 스러져 버리는 광채들.

태양의 위치가 조금만 옮겨져도 한데 뭉개져 버려 힘을 잃는 보석의 모양새들.

4월 중순의 한낮, 강물과 함께 출렁대는 햇빛은 작은 자연의 쇼를 연출해 준다.

 

오후 두 세시, 햇빛의 조도 때문일까.

대지에 떨어지는 광선은 음울하고 가물가물함이 담긴

표현키 어려운 음영을 지닌 밝기였다.

마치 위도가 북쪽으로  치우쳐 있는 어느 북국에서의 느낌같은...

 

눈으로 느껴지는 오늘의 봄은 뽀얗다.

강건너 산 언저리에 피어있는 연분홍 꽃들의 색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봄날이 가져 오는 야릇한 정감 때문이기도 하다.

산은 이제 마악 분홍빛에서 연두색으로 바뀌어 가는 참이다.

뽀얗게 번져가는 봄 너울들이 산자락에 휘감기고

음울함을 담은 오늘의 햇빛이

산 등성이와  강물 위로 내려 앉아, 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들어 준다.

 

스웨덴 여자들은 斜光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보여진다고 하더니

오늘은 그 말의 의미를 또 다른 각도에서 곰곰히 계산해 보게 되는 날이다.

그럴리 없는 이 야릇한 빛의 색깔과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冬至도 아니고

스웨덴도 아니건만...

 

어제 본 그 봄 햇살이 아닌, 오늘 이 빛의 느낌.

도심 속  빌딩 숲에서는 도저히 알아 내지 못할

느낄 엄두 조차 낼 수 없는, 강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오묘한 자연의 마술.

내가 아무리 셔터를 눌러 대도 잡아 낼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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