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봄 편지 같은....

eunbee~ 2008. 4. 20. 19:41

 

햇빛 찬란한 봄날에

한무리의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봄꽃보다 더 화안한 얼굴위에 내려 앉은 싱그러움이

청보리같은 푸르름으로  눈부시다.

좋다.

좋아 보인다.

삼삼오오 남학생 여학생 재잘거리며

봄바람처럼 가벼운 웃음을 나누며 소풍길을 즐긴다.

물에 비친 모습을 보며

까닭없이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교사들은 교사끼리, 학생들은 즈네끼리

오늘 만큼은 자유롭기를 선언했나보다.

소풍지에서는 무관심이 미덕이라고 맘 먹었나보다.

강나루로 뻗은 길 위에서

너울대는 청춘을 주고 받으며  걷고 있다.

선생님이 학생을 부러워할까, 학생들이 선생님을 부러워할까...

섞이지 못하는 나는, 둘다 부럽다. -_-

 

 

발그레 미소 고운 여선생님이

거뭇거뭇 구레나룻 그림자 덮인 남학생들에게

추억으로  남길 사진 한장 찍어 주느라

수선을 떨다가 자리를 옮긴다.

별 의미없을 그러한 몸짓들이

내 눈에는 축복처럼 보인다.

祝祭처럼 즐겁다.

 

아~~

나도 저래 본적이 있었던가.

 

 

패랭이꽃을 든 소녀

묵은 갈대를 든 소년

민들레 꽃반지를 친구 손가락에 끼워 주는 소녀...

별같이 반짝거리는 이야기를 나누던 젊음들이

비워 두고 간 자리를

어인 심사로 사진기에 담은건가.

내 쓸쓸한 속내를 찍은 건 아닐까...

 

 

강나루에 누워 있는 작은 조각배에 올라 깔깔대며

봄 소풍의 즐거움을 강물에 빠트리고 있는

청보리 같은 소년 소녀들을 뒤로하고

조팝나무꽃 권태롭게 늘어진

오데뜨 산책로 데크에 앉았다.

발신인 없는 봄 편지 한장을 읽는 마음이다.

 

 

꽃 피는 사월, 세 번째 찾아온 주말,

서울 강변역과 양수리를 오가는 버스는

소풍길을 나선 학생들만 데려 온 것이 아니다.

내 젊은 날에게서 온 편지처럼

난데없이 그리움 한가득 부려 놓고

봄 향기 속으로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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