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이동진과 함께

eunbee~ 2008. 3. 23. 19:02

온종일 비가 내린다.

뽀얀 안개비가 시야를 좁힌다.

연하벽에 젖어 사는 내가 좋아하는 날씨다.

강건너 산봉우리는 구름에 휘감겨,  마추픽추에서 만난 '젊은 봉우리'를 생각나게 한다.

 

이렇게 비에 젖은 오늘 [ 이동진이 만난 튀니지 ]라는,  EBS TV에서 방영된 여행 다큐를 보았다.

내가 이동진이라는 영화평론가의 글을 만난 것은,

그가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로 있을 때, 영화평론을 읽으면서 부터이다.

그의 글은 다소 현학적이며, 얼마간의 환타지와 ,후기인상주의 화풍을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영화 이야기나 글을 아주 좋아한다.

 

영화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비비고 달려가 볼 만큼 좋아 하는 내가

이동진 이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같다.

채플린, 월트 디즈니, 스필버그, 로베르토 베니니, 팀 버튼

잉마르 베르히만, 타르코프스키, 키아로스타미..... 등 등의 영화를 좋아 하는 것처럼,

매우 당연하게 !

 

튀니지,

나에게는 웬만큼 낯익은 여행지이지만

'이동진이 만난 튀니지'를 보면서, 내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어쩜 그렇게 본 것도 느낀것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도

그처럼 차이가날까..

언젠가 앙코르왓트를 다녀와서 내가 한숨 섞인 투정을 늘어 놓았다.

'김용옥 교수는 나와 똑같은 장소를 같은 기간 동안 다녀 와서

이렇게 두권의  책을 쓸 수 있건만, 나는 한줄의 글도 못쓰니 참 한심하네.' 라고..

그것이 나의 한계임을 잘 알면서도 때로는 참으로 한심스런 내 자신이 부끄럽고

전혀 노력하지도 시도하지도 않으면서, 뭘 꿈도 야무지게 그런 '오만방자'한 생각을 하는지? ㅋㅋ

 

이동진 기자.

나약하면서도, 약간은 선병질적인 인상의 캐리커처로 처음 만난 그를

단행본의 책으로, 또는 인터넷의 블로거로 만나다가

이번주 여행 다큐에서, 동영상의 모습을 보니, 더욱 좋다.

글도 자기가 쓰고

영상속에서도 자기가 주인공이며 /여행 동안의 그의 매너와 자연스런 행동들은

여행지를 더욱 친근하고 빛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내레이션도, 유연하고 세련되며 편안한 목소리로 진행되어,

한결 즐거운 여행다큐가 되었다.

화면속에 삽입된 음악까지도 스스로 선곡을 하였다니

맘에 드는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ㅎㅎ

 

내가 깊숙히 들어 가 보고 싶어 했던 사하라 사막

그가 카샤비아 라는 베두인들의 옷을 갖춰 입고, 낙타도 타고, 신발을 호기롭게 벗어 던지며 

그 사막을 걷고, 느끼고, 사색하는 것을 보니,

나도 그 옷 한벌 구해 입고, 떠나고 싶어진다.

언젠가는 꼭... 하고 말거야.

터번도 하나 장만해야지. ㅋ

깊은 사하라에서, 어린왕자가 다시 자기별로 되돌아 간 것처럼

언젠가 나도 내 별로 돌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며 사는 나에게는

모로코와 튀니지가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우연은 아닌 듯 싶다.

 

내가 맛있어 하는 쿠스쿠스

내가 한끼에 한접시씩을 먹어 치우는 올리브

로쿰을 닮은 그 달디단 견과케�...

침이 입안에 하나 가득~~꼴깍. 아~으~~

 

월말에는 월급타서 적금을 붓고

연말에는 적금타서 낙타 한마리 사서

가자. 사하라로.

 

그런데!!!!!!!!!

이동진 같은 여행 친구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앙? *^&^

그건 퇴직금으로도 못사남?   에잉!! ㅜ_ㅜ

 

아무튼 이동진이 쓴 글을 읽고

그가 소개하는 영화를 보고

그가 권하는 음악을 듣고...

뭐 그것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다. 

 

깨몽하고,

향기로운 여인 Blue 2 에게

'튀니지안 블루'를 찾으러 가자고 말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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