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낯선 땅에서..

eunbee~ 2008. 3. 13. 14:13

은희야,

어제 보내준 너의 메일을 읽고, 늘 걱정되던 맘이 조금은 위안이 되더구나.

현지 사람들과 나즈막한 울타리로 구분지어 사는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 한정된 공간 속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그곳 사람들의 분위기나 사회 분위기가 안전해져서 함께 섞여 살며

삶의 기쁨을  서로 나누고,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더 바랄것이 없겠지만

살다보면 점점 좋아지겠지.

城아닌 城속에 갇혀서 공주나 왕비처럼 살 수 밖에 없다니,

정말 왕비 팔자인가보다.ㅎㅎ

 

모든 편의 시설과 수영장까지 갖추어져 있는 특별한 지역에서 사는 이방인이지만,

현지인과 잘 화합하고, 그들이 적대감이나 이질감을 갖지않도록

진실로 그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지내도록 하자.

엄마는 박시스를 하며 따라다니던 어린이들과

니란자강을 건널 때 내 신발을 들어 주며 친절하게 대해 주던

그 나라 어린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빛나는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단다.

며느님도 곧 그들을 사랑하게 될거야.

착한 성품에 먹을 것은 물론 입은 옷까지 몽땅 벗어 주는건 아닌지..ㅋㅋ

 

좋은 직장 그만두고

좋은 집 놔두고

사랑하는 친정부모님, 형제들과 이별하고

그렇게 열악한? 환경의 나라속으로 뛰어 들어 간 며느님에게

축하를 해야 하는 맘 보다는, 안쓰럽고 걱정스런 맘이 앞서는 걸 감출 수가 없단다.

 

항상 착한 내 며느님.

내아드님을 만나 17년을 한결같이

살뜰히 사랑하고, 어떤 일에나 동조하고, 단 한번의 거슬림없이 따라주는

고맙고, 아름다운 그 모습에

엄마는 너무너무 감사할 뿐이란다.

 

내가 늘 너에게 말하듯이,

내가 복이 많아, 며느님이고 사위들이고 너무너무 잘 맞이해서

이렇게 행복한 맘으로 살고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단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이처럼 행복하듯이, 내며느님도 행복하기를...

 

며느님이 아침 저녁으로 바라 보던

이 강마을의 예쁜 풍경을,

소와 개와  피부 검은 사람들과

오토릭샤와 낡은 자동차들이 범벅이 되어 아수라장처럼 소란스런 길을

바라보기만 해도 혼이 나갈 것같은 곳에 살고 있는

너에게 보낸단다.

 

 

3월12일 해질녘

봄이 오고 있는 강기슭은 온종일 안개에 잠겨있단다.

 

 

2월 어느날의 새벽 보름달.

꽁꽁 얼었던 강물이 반쯤 풀렸네.

 

 

한밤을 돌아

하늘을 가로 질러 서산위에 닿은 새벽달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애처럽게도 언 강물속에 잠겨있구나.

 

봄안개에 젖은 날엔

해가 도무지 몇개나 뜨는 건지...

 

그제는

이 강물위로

순찰보트가  긴 파문을 이르키며 지나가더니, 한참 후에는

한가롭게 노를 저어 가는 작은 배도 어기적어기적 강을 거슬러 올라 가고 있었다.

모두들 얼음이 풀린 강물 위를 달리고 싶었나보다.

네가 보았다면, 함께 타고 싶다고 손짓 했을텐데...

 

 

엄마는 이렇게 매순간 바뀌는 강마을의 표정을 즐기며 

너희들 집을 잘 지키고 있으니

며느님은 영어 공부 열심히 하고

아쉬람에 가서 훌륭한 구루에게 요가도 배우고...

내아드님의 보호를 철저히 받으면서 *^&^*  또한 살가운 사랑을 나누며

집 떠나 있는 시간들을, 건강과 행복과 보람으로 채우자.

에이구 잊었네. 여름이랑 겨울이도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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