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07

리마

eunbee~ 2008. 1. 6. 14:40

태평양 연안의 도시 리마는 페루의 수도.

페루 여행 내내 오며 가며 들렀던 리마를 오늘은 천천히 구경하는 날이다.

며칠 째 페루의 이곳 저곳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페루의 인상은, 건조한 서걱거림과 회색빛 흙, 모래,

원색 전통 의상을 입은 갈색 피부의 순박한 사람들의 검고 빛나는 눈동자,

가옥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가여운 곤궁한 집들...

장님 코끼리 만지기였다.  이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악지대와 밀림 지대를 보지 못해서

그런 인상만 남은 것이겠지.

오늘은 어떠한 리마를 만날 수 있으려나?

한 나라의 수도에 대한 기대를 안고 시내 관광에 나선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의 풍경들.

 

 

 마요르 광장에 있는 대통령 궁,

 

어김없이 시내 한복판 중심가에는 아르마스 광장이 있고, 대통령궁이 있으며,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어져 골목의 풍경과 건물들의 특징이 서로 다르게 구분된다. 이곳의 신시가지는 현대식 빌딩이

들어서 있는 상업지구로, 미라플로레스 라고 불리우는 바닷가 부촌이다.

리마의 공기는 탁하고 하늘은 뿌옇다.

비가 오지 않아, 태평양을 가까이에 두고 있음에도, 항상 뿌연 하늘과 탁한 공기 속에 잠겨 있단다.

이 곳에서는 여름해도 빨리 기울었다. 저녁 6시가 가까워 오니  긴 사막 끝으로 해가 기울어,

태평양 바닷속으로 숨어 버렸다. 

 

 

 

거리에는 낯익은 티코가 바삐 다니고.

티코는 이 곳에서 택시로 그 소임을 아주 충실히 잘 하기 때문에 인기있는 자동차라서

프라이드 보다 값이 비싸다고 한다.

한국에서 사라진 티코가 모두 페루에 와 있는 듯 했다.

끝도 없이 길고 긴 판아메리칸하이웨이/북미 알라스카에서 남미 아르헨티나 끄트머리까지 이어진

길고 긴 고속도로/ 를 달릴 때도, 우리 버스 앞에는 예닐곱 대의 티코가 줄 맞추어 나란히 나란히

티티티 코코코..하면서 정답게 달리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개인이 모으고, 소장하고, 관리하는 대단한 박물관. '황금 박물관' 이라는 이름의... 내부 촬영 금지 ㅠㅠ

이 박물관에는 황금으로 된 각종 생활 유물들과, 중세 유럽기사들이 사용하던 무기들, 군복, 마구, 심지어 스틱까지 진열되어있다. 그 외 세계 각지와 남미 여러나라에서 모아온 총 칼 장총 따위들이 놀라울 만큼 대량 수집되어있다. 개인이 그 많은 것을 수집했다니, 놀랍기만하다.가장 놀라운 것은 BC2000년 경과 AD1500년 경에 시술되었다는 뇌수술의 흔적이 남은 두개골이 몇점 유리관 속에 전시되어있는데, 그들은 자주 뇌수술을 하였고 성공을 했으며 뼈 사이에는 금으로 막아 놓은 흔적이 보인다.

 

페루 사람들의 습관중 하나는 식사 시간에 그 집을 방문하게 되었을 경우, 함께 식사에 응하지 않으면

다시는 식사에 초대받지 못한다고 한다.

여아 선호 사상이 뿌리 박혀있고, 재산 상속도 장녀에게 한다. 여권이 매우 강한 나라.

여권이 강한 나라는 평화롭지 않을까? 

리마의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참으로 순박해 보이고, 수줍은 웃음을 항상 얼굴에 담고 있었다.

그들은 금은 태양의 땀이요, 은은 달의 눈물이요. 안개는 잉카인의 눈물이라고 한단다.

속 깊은 뜻은 모르겠지만, 우리의 순박하게 생긴 안내인은 그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해 들려 주었다.

 

 

미라 플로레스 라는 부촌 상업지구에서 내려다 본 리마의 해변.

권총 강도가 자주 출몰하여, 바닷가를 산책하는 사람은  그림자도 볼 수 없다.

검은 자갈돌들이 반짝이며, 파도가 밀려 올 때마다 자그르르~ 명랑한 소리를 내는 해변이 무척 인상적

이었으나, 도둑들의 극성으로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없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 여름이였으나 해는 일찍 기운다. 아폴론과 넵튠이 입맞춤 하는 시간들...

나그네는 쓸쓸해 지는 시간들...

 

 

미라 플로레스, 이름 만큼이나 아름다운 해변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에스프레소 한잔과  벗하여, 멀리 있는  따님에게 편지를 쓴다.

사진 속의 멋쟁이들은 스페인에서 왔다고.....

Guggenheim Bilbao Museum 에서 근무한다는데, 과연 그들의 인상은 그 미술관에 걸맞았다. 

특히 저 신사 !  정말 예술적으로 생겼으며, 너무너무 멋졌다.ㅋㅋ

그들 중 한 여인이 이곳 특산품 alpaca 스카프를 샀다며 자랑한다.

이 해변 레스토랑 주위에는 근사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리마.

영화롭고 불가사의 하기까지한 잉카문명을 안고 있는 페루의 수도에서, 내가 안고 돌아 가는 기억은

슬픈 모습으로 새겨진 그들의 삶이다. 축처진 어깨위에 올려진 고달픈 삶의 무게와 

아직은 헤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궁핍함,

서구문명보다 앞섰던 찬란하고 뿌리 깊은 문명이 있었음에도, 침탈 당하고 착취 당해야만 했던

슬픈 역사 앞에, 아직도 무기력하게 서 있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그들 스스로가 말 한다고 했듯이, "황금 산위에 올라 앉은 거지"의 모습으로 사는 그들에게,

현명하고 깨끗하고 강력한 지도자가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

전설속의 메시아 비라코차를 기다리던 잉카인들의 염원은 그들의 우매함으로 멸망을 초래했지만,

그들 핏속에 흐르는, 나스카 라인을 그려내던 수학적 과학적인 고도의 기술과,

정교한 조적식 건축물을 세우고, 천체의 운행을 읽어내어, 생활에 적용할 줄 알던 그 발달된 문명인들의

후예답게, 풍부한 자원을 개발하여 부강하고 넉넉한 경제를 가질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다. 그렇게 이끌 수 있는 현대의 강력한 메시아 /지도자/ 가 지금쯤 나타났으면 좋겠다.

지도자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잉카의 후예여. 떨치고 일어나라.

부정부패와 맞설 줄 알고,  지혜롭고 진취적인 국민의 기상을 보여라.

태양의 아들로 다시 일어서서, 페루를 빛내고 그대들의 삶을 가치롭게 하기를.

 

지구별 저 편에서 떠나온 나그네는, 길 위에서 만나고 바라본 잠깐 동안의 인연이었지만,

잉카의 후예들을  많이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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