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07

나스카 라인의 비밀

eunbee~ 2008. 1. 7. 15:01

나스카 라인의 비밀은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알듯 말듯, 구태여 밝혀 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지구별 한켠에 비밀의 보자기에 싸인 그 무엇이 남아 있다는건, 참으로 매력적인 사건이다.

 

넓고 넓은 사막위에 그려진 나스카 라인을 보기 위해 경비행기에 올랐다.

6인승 경비행기 맨 앞자리 조종사 옆에  앉아, 나스까의 텅빈 대지위에 하얀 선으로

이리 저리 그어진/사실은 그린 것이 아니라, 지표면을 덮고 있는 검은 돌흙을 파내어, 그 밑의 하얀 

색의 흙이 나타나게 만든 것/ 그림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묘했다.

비행 고도가 얼마인지는 몰랐지만, 그토록 방대한 크기의 그림들이 한눈에 들어 오는걸 보면

제법 높이 날고 있음이 분명하다.

조종사가 가리키는 방향을 내려다 보면, 어김없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림...조종사가 선택한 그림.

너무 높이 날며 보아서 그런지, 그림의 크기와  끝도 없이 뻗어있다는 직선들의

실제 길이를 실감하기에는 실망이 크다.

나스카 라인의 기적을 느끼기 보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비행기 각도를 달리 할때마다 느끼게되는

스펙터클 하게 다가오는 하늘과 대지와 지평선과.... 어지럽게 비행하고 있는 나 자신이 신나고 재밌다.

한자리에 정지 비행하고 내려다 볼 수 없는 한, 나스카 라인의 스케일은 감지할 수 가 없을 것같다.

내가 비행중에 실감한 것은, 엉뚱하게도 길게 길게 선명한 그림으로 눈에 확 들어 오는 것.

그것은 바로 나스카 라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선, Pan-American Highway. 하하하

나는 맨날 보라는 건 안보고 엉뚱한 것만 보는 엉뚱쟁이?!!

그러나 이 사실은 속일 수 없는 사실중의 현실.ㅋㅋ

어쨌거나 저쨌거나, 비행기 한번 호사스럽게 잘 타고 내려왔다.

그것도 조종사 옆에서. 장장 30 여분을..

지상으로 내려 오니, 조종사의 싸인이 담긴 이런 종이도 준다.

"귀하는 상기 일자에 전세계인류문화유산인 나스까라인 항공 비행관람을 하였기에 증명서를

발급합니다.  페루 빠라까스항공 대표이사"  햐~ 장삿속도 이만 하면 수준급.ㅋㅋ

그 종이를 받으면서 우리는 각자가 1달러의 팁을 주었다. 그냥 재미다.

살아 가는 동안에,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해 주며,  이벤트에 강해야 즐거움이 많아 지는거다.

 

내 디카 속에는 어질 거리면서 찍은 사진이 그래도 몇장 된다.

 잘 안보이지요?  어질거리는 비행중에 찍어서...에잉. 벌새인지 뭔지 원...

 

 요건 좀 낫네.  '우주인'. 비행기가 마구 떠도는 바람에 거꾸로 매달린 우주인..ㅎㅎ

열번도 더 셧터를 눌렀구먼, 사진은 모두 흐리멍텅... 그래서 다른 사진들은 생략.

 

 

우리는 나스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어린 콘도르'라는 이름의 나즈막한 방갈로 스타일의 호텔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꽃단장을 마치고 레스토랑으로 갔더니, 워메- 아침밥은 빵두개,커피 한잔  달랑.

그런데 이 수수한 레스토랑 안에 울려 퍼지는 페루 음악이 압권이었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부탁을...

저 음악 CD하나 주면.... 흔쾌히 예스 란다.  호- 친절도 하다.

CD를 구워 놓을테니 나스카라인 보고 오라고.

돈을 주겠다니 안받는다는걸, 맘 약한 나는 억지로 그의 손에 정을 함께 듬뿍 담아 사례비를...

친절한 이 인디오 청년 Aniball 은 자기의 이메일 주소와  인터넷에서 검색해 볼 수 있는

페루음악 사이트까지 내 수첩에 적어 주느라 바쁘다.

이렇게 여행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무지무지 친절하고, 순수하고, 또...

지구별이 아름답다는걸 증명해 준다.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이냐구?

 

나스까에서 자던 밤, 우리의 그 소박한 호텔에 정전이 되었다. 샤워중이던 내 방짝꿍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푸자작 푸자작 잘도 씻는다. '별 보러 나오세요~' 한국에서 동행한 안내자가 가냘픈

소리로 광고? 한다. 정전된 나스까의 허허벌판에서 보는 별들은...  환상. 환상.

 

그때까지도 볼 수 없었던 이 한패거리의 캠핑카들은 언제 왔는지, 아침에 보니 정원 풀밭위에 떡하니

주차를 해 두고는, 한 녀석은 도마질하고, 두 녀석은 설거지하고, 어느 커플은 버스속에서 뽀뽀하고

털북숭이 중늙은이는 풀밭에 누워 다 못잔 잠을 즐기고....

 

핑크무드 휘날리며  캠핑카 석 대가 나를 유혹한다.

'어디서 왔수?'

'스웨덴에서 왔수다.'

'어머- 그렇게 먼데서 이곳까지?'

'에콰도르에서 부터 버스 몰고 왔다우. 남미 일주 할거야.'

'햐~~ 부럽다. 나도 함께 해 봤으면...'

찍고 턴 하는 내 팔자와 너무 다른 양상으로 여행 하고 있는 그들이 심통나게 한숨나게 부러웠다.

우이 씨~~

'사진이나 한방 찍자.'

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재밌게 포즈를 취하며, 즐겁게 웃어준다.

짐꾸려서 다시 길 떠나야 하는 내 팔자야~ㅠ

찍고 턴!! 용감하게, 리마로--

 

그러나  이대로 물러 설 수는 없다.

꿈도 야무지게,  언젠가는 나도 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걸고,

버스 옆구리에 찍힌 요런거 적어 왔다. 캬~

    www.rosabussarna.com  Pink CARAVAN Sweden  내꿈은 항상 야무져. *^&^*

           

                       *내일은 깨몽이라도 오늘은 꿈꾸는거다.* 앗싸~

'라틴아메리카'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달루페 성모님 앞에  (0) 2008.01.10
멕시코 시티  (0) 2008.01.10
리마  (0) 2008.01.06
바예스타, 와카치나  (0) 2008.01.06
베싸메무쵸를 부르던 남자  (0) 200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