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날을 그렇게
하늘바라기하고 서 있어도
언약 한마디
들을 수 없었나 보다.
빈 밭에
가는 허리로 서 있는
가엾이 예쁜 꽃,
서럽게 순한 꽃,
여름 내 수선거리던
연꽃들의 이야기도
무심히 휘감아 둔 질박한 꽃대에선
아무 욕심없는 빈 속 울음이 들린다.
빈 울음이 맺혔다.
다시
백 날을 그렇게 서 있는다 한들
기쁜 언약 한마디
들을 수 있을까.
제 서있는 모습이
체념인지 조차 모르는
서러운 꽃
붉은 백일홍.
간 밤 서리가
찬줄도 모르는
바보같이 예쁜꽃,
오늘은
11월 11일,
글씨 조차도 영원한 평행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