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에 서면,
그 길 끝과 맞닿은 것일테지
유학보낸 딸과 첫 수화기속 만남의 순간
내 손의 온기를
가슴저미는 보고픔으로 데워
손끝 떨리게 다이얼 돌리던 그 때
그때처럼
엄마의 애끓는 사랑이 손끝을 타고
먼 이국의 따님과 맞닿을 수 있던 그 순간
그리움에 벅찬 떨림으로 가슴 울먹였던 그때
그때처럼.
시린 가슴에 길 하나 만들고
여기서 거기를 하루에도 수 만 번 오간다.
길은 때때로 길을 잃는다.
애증에 겨운 안개가 서려...
이쪽 길 끝에 서면
내가 가고픈 저쪽 길끝에
이미 도달해 있는 것일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