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갈대밭에서

eunbee~ 2007. 11. 6. 16:27

 

                                                                                갈 대 밭 에 서

 

                                                                                                   박 재 삼

 갈대밭에 오면
늘 인생의 변두리에 섰다는
느낌밖에는 없어라.

하늘 복판은 여전히
구름이 흐르고 새가 날지만
쓸쓸한 것은 밀리어
이 근처에만 치우쳐 있구나.

사랑이여
나는 왜 그 간단한 고백 하나
제대로 못하고
그대가 없는 지금에사
울먹이면서, 아, 흐느끼면서,
누구도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소리로
몸채 징소리 같은 것을 뱉나니

 

 

 

지금은 소식이 끊긴

사람.

어느 가을날,  내 책상위에 두고간

연필로 베껴 쓴 시 한편.

 

'갈대밭에서'

 

나는 오래도록 그 시가 적힌 종이를

내 책상 유리판 밑에 곱게 펴 놓고

몇해를 몇해인가를 두고두고 읽었다.

 

이사를 하다가 그 종이를 잃어버렸다.

오현이에게 미안했다.

이 가을날

난 그를 생각하고

그를 그리워하고

순수와 열정에 찬 그를 못잊어한다.

 

권오현,

지금 어딨니?

나는 이렇게 십수년 전의 종이 쪽지에 적힌 시와 그댈 기억하고 있건만...

권오현  이후

난 그렇게 멋진 여선생을 만나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바람결에 몸 뒤채며

쓸쓸한 노랠 부르는 갈대숲에 서면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건내주던 사람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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