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웅녀의 후예답게

eunbee~ 2020. 4. 11. 17:13

 

14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쳤다.

지루할 거라 짐작했으나, 웬 걸~

나는 역시 웅녀할머님의 먼~ 손녀였다.

 

사람들이 저자거리에 나돌지 않게 되니, 어느곳

거리엔 양떼들이며 들짐승 산짐승들이 여유롭게

다니기도 했단다.

대기오염이 극심했던 중국대륙 어디에선가는,

멀리 히말라야의 설봉도 육안으로 보이고,

강물은 푸르게 맑아 딴세상 같단다.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생태백신, 행동백신이, 자주 만연될 바이러스를 막는

최선의 백신이라는, 생태학자로서의 진단.

나는 그 방법이 정답이라 믿는다.

 

너무 많이 소유하고

너무 많이 소비하고

지나치게 복잡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 구석구석을 떠돌며,

밖(넘치고, 부질없는)으로 향하던 우리를

안(맑은 본성)으로 안내하므로서,

전혀 삶의 양식과 태도를 바꾸려하지 않는 인류를

반성하고 각성케하여, 자연 생태계가 바라는 환경으로

리셋 하려고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ㅎ

14일 동안의 차분하고 담백한 생활은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쑥과 마늘로 자가격리에 성공하신 자가격리의 원조 웅녀님의

동굴생활도 별 게 아니었겠다.ㅎㅎㅎ

 

창밖 튤립나무는 어느새 노오란 잎새를 한가득 매달아 두었고

흐드러졌던 목련은 낙화로 사라져버려 흔적 없다.

그제, 바람 몹시 불던 날엔

만개한 벚꽃잎이 바람에 화르르르~ 하늘로 치솟다가

꽃비처럼 내려 앉는 모습에 난 그냥 한숨만.. 감탄만...

 

파리에서 내집으로 돌아와

두 주를 보낸 자가격리 시간은, 내게 특별한 반성과 깨우침의

시간이 되었음에,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하루 두 번, 10시와 16시 체온체크를 위한 알람 설정을

해지하고, 한 시간 씩 해바라기를 하던 베란다의 의자를

정리할 때엔, 익숙했던 것, 길들여진 것에 대한 애틋함도 있었다.

 

또다시 옛과 같을 일상.

 

하늘 파아랗고

햇살 눈부시고, 그래서

새들이 노래할 때

나는 그제야 밖으로 나가볼테다.^^

 

 

***

 

사진 ;

 

지난 2월 어느날

니스 어느 호텔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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