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올가 토카르추크 - 방랑자들

eunbee~ 2019. 12. 18. 20:40

 아들과 내가 두어 달 동안 열심히^^ 사들인 책들...ㅎ

그래도 두 권은 소풍 나갔다.ㅋ





요즘 내가

책더미에 둘러싸여

홍진에 싸인 세상사, 흘러가는 세월 속에 무의미하게 썩어나가는 도끼자루,

문밖에서 노크 하는 겨울 추위...

모두 모르는 체하고 틀어박혀 책장만 넘겼었다.


그러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문화아카데미 나들이를 했더니

아하~ 그 교수님, 어찌나 웃겨주시는지.

배꼽빠지게 웃고, 좋은 말씀 귀담아 듣고 돌아 왔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저자 한양대 유영만 교수의 말장난 같은 '관계 인문학 일일 특강'.

어차피 100분여의 단편적인 강의는 오늘처럼 얻는 것도 있으면서 배꼽을 뺄 수 있었다면

최상 중의 최상이다.

더구나 블방에서 한껏 게을러진 나는 외출에서 얻은 동력^^으로

포스팅이란 걸 한 번 해보고 싶어졌으니...

일타쌍피!ㅎㅎㅎ






 

금년에 수상한, 2018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Olga Nawoja Tokarczuk 의 작품, 장편소설 Bieguni (방랑자들).



소설인듯 소설 아닌, 여행기인듯 여행기 아닌 여행기같은 소설.ㅎㅎㅎ

워싱턴 포스트는 '조각보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낸 영원에 대한 갈망...... 한 줄 평을

썼다던데, 나는 아주 무척 대단히 엄청나게 좋은, 형식의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여행기를

읽는 재미로, 연일 즐거운 독서에 빠져들었었다.







내 감상은 생략하고, 옮긴이(최성은)의 말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방랑자들에게 바치는 찬가]

일부를 옮겨 보고자 한다.



**



『방랑자들』은 파편화된 텍스트이다.

독립된 조각 글마다 소제목이 붙어 있으며, 다중 화자가 등장하고, 형식도

제각각이다. 불과 10여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텍스트도 있고,

중편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긴 분량의 이야기도 있다.

(.........)

장르 또한 다양해서 여행 일지나 르포르타주는 물론 서간문이나 강연록 형식의

글들도 발견된다.

 (..........)

오랜 시간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에서 쓴 에세이도 있고,

 바쁜 여정을 쪼개어 기차역에서 무릎 위에 책을 받쳐 놓고 쪽지에 휘갈겨 쓴 단상도 있다.

트렁크에 담긴 구겨진 짐처럼 두서없고, 혼란스러운 형태로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나열된다.

(........)


 - "형식의 경계를 넘어서"  일부



**



『방랑자들』에서 처음 30페이지 정도는

토카르추크가 본인의 목소리로 실제 경험담을 기록하고 있어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각양각색의 인물이 작중 화자로 등장한다. 작가는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이유로 여행길에 오른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보여 준다. 죽어 가는 첫사랑으로부터 은밀한 부탁을 받고

수십 년 만에 모국을 방문하는 연구원. 장애인 아들을 보살피며 고단한 삶을 살다가 일상에서 탈출하여

지하철역 노숙자로 살아가는 여인, 프랑스에서 사망한 쇼팽의 심장을 몰래 숨긴 채 모국인 폴란드로

돌아온 쇼팽의 누이, 다리를 절단한 뒤 섬망증에 시달리는 해부학자, 지중해 유람선으로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그리스 문명의 권위자 등. 그들은 어딘가로부터,

무엇인가로 부터, 누군가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

어딘가를, 무엇을,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다다르려 애쓰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타인과의 경계, 거리, 혹은 단절에

대한 성찰의 기록으로 읽을 수도 있다.

(............)


- "토카르추크의 '호기심의 방' " 일부








내 모든 에너지는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버스의 진동, 자동차의 엔진소리, 기차와 유람선의 흔들림.(본문 19쪽)


멈추는 자는 화석이 될거야. 정지하는 자는 곤충처럼 박제될거야.

심장은 나무바늘에 찔리고, 손과 발은 핀으로 뚫려서 문지방과 천정에 고정될거야.(....)

움직여, 계속 가, 떠나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리니.(본문 391~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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