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매미의 날들

eunbee~ 2019. 7. 22. 18:19

 

올여름 매미의 첫노래를

오늘 아침에 들었다.

어제부터 베란다 방충망에 앉아

하룻밤이 지나도록 묵상 중이더니

아침부터 엉덩이를 볼록거리며

여름 연주에 여념이 없다.

 

안도현 시인은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라고 했던가.

 

매미가 노래하면, 그제사

뜨거운 여름 풍경은 완성된다.

우리집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가 붙고

쉬다 노래하다 매미소리 드높으면, 진짜 여름이거든.

여름을 달구어내는 그 소리.

 

시인은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랑을 위해, 매미는 한사코 운다 했지.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오늘

참 덥다.

장마 뒤에 매달려 온 후텁지근한 무더위.

 

긴긴 시간동안 준비해 둔 매미의 날들은 시작되고,

목쉬도록 사랑을 부르는 그들의 한여름날의 짧은 외출은

태양처럼 찬란하고 뜨거워, 온 대기를 채운다.

덕분에 올여름도 나는, 90데시벨의 사랑 노래를

이명에 섞어, 환청이 되도록 즐길 수 있겠다.

 

 

***

 

 

< 사랑 >

 

-- 안 도 현 --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

 

사진 ;

 

지난 6월 13일,

Parc de Sceaux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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