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떤 이의 말이, 내게

eunbee~ 2019. 7. 1. 22:39

 

 

내가 갈 곳 없고 읽을 거리 없으면 찾아드는

소박한 독서 공간에는, 유명 일간지 조간신문 한 부가 항상

얌전하게 배달되어 있다.

인터넷 뉴스를 뒤적이는 내겐 그렇게 만나는 종이 신문이

무척 반갑다.

 

며칠 전에는 그 신문 한귀퉁이에서 짧은 인터뷰 기사를 읽고,

전혀 아는바 없는 정정용 감독이란 분이 참으로 좋게

다가왔다.

 

신선하고 유쾌하고 멋지고 매력있는 향기를 지닌 사람을

만난 듯하여, 내가 잠시 행복해졌다. 단순히 그냥, 잠시.

 

 

< .......

정정용 감독, 겉으론 웃고 있는데 눈매가 서늘했다.

그는 축구는 전략이나 피지컬 못지않게 심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고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다음엔 성인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지 않으냐고 물어봤다.

1초도 안돼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요. 나는 노후에 다리 밑에서

막걸리나 마시는 게 꿈이에요."

귀가 번쩍 띄었다. 정정용 리더십의 실체는 결국 이런 게

아닐까. 자신을 낮추고 소통을 중시하면서, 속내를 감추는

'자기 통제의 승부사'가 바로 정정용 감독이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가 말했다.

"제갈량은 일찍 죽잖아요. 나는 끝까지 살아남는 사마의가

좋아요." >

 

 

예전,

함께 근무하던 학교 동료의 부친께서도 같은 교직에 계셨는데,

전출 시즌이 되어 어느 학교를 골라서 가야하나 고민 하는

아들에게 "인품이 좋은 분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로 가거라."

하셨다는 말씀이 내가 사는 동안 자주 생각난다.

 

단편적인 몇줄의 기사를 읽고 사람을 충분히 알 수도,

더구나 예단하거나 짐작한다는 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러함에도 나는, 글 속의 정정용 감독이 참 좋은 사람 같아,

내가 혼자 행복해했다.

내게 잠시나마, 그 분은... ^^

 

 

인품이 좋아, 그래서 존경의 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

 

사진 ;

 

Parc de Sceaux의 커~~어~~~다란

신기하게 자란, 신기하게 생긴 나무.

 

인품좋아 존경스런 사람, 가까이 없으면

저런 나무에라도 기대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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