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unbee~ 2019. 6. 27. 23:58

 

 

여느때와는 달리 이번 귀향길은

유달리 길고 길게 새겨졌다.

출발 예정 시각보다 3시간이나 늦은 이륙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비행시간은 오히려 짧게 느껴졌다.

 

10시간 넘게 날아오는 동안 별로 잠을 자지 않는데,

이번엔 영화 한 편을 본 시간 외엔 거의 잠잔 시간으로 보냈기 때문일게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밤낮으로 비몽사몽 잠에 취해 있었다.

이유를 생각해 봤다. 파리에 있는 동안,

까비를 돌보느라 매일 밤을 너댓시간 잤을까?

까비를 돌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서 마음 편히 빠져든 것이

잠이었나 보다. 실컷 자고 나니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ㅎ

 

 

 

 

 

 

장마비가 온다는 예고,

그러나 아침까지도 비는 오지 않았다.

 

5시에 잠에서 깨어나 하늘을 보니 붉은 아침놀이 예쁘다.

간밤 꿈을 생각한다.

노을진 하늘에 맑게 웃는 엄마 모습이 아른거린다.

간밤, 꿈에 본 우리 엄마.

 

꿈에선 비가 내렸고, 형제들이 각각의 방에서 잠을 자고

남동생이 자는 방에 엄마가 들어오셔서 주전자의 물을

맑은 우리병에 따르고 계셨다.

나는 생각했다. 벽장엔 꿀병이 있는데, 꿀을 좀 타서 마셨으면 좋겠다고.

엄마에게 말씀을 드리렸더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엄마는 언제나처럼 깔끔한 의복차림으로,

가르마를 바르게 타시고 비녀를 지르신 머리카락은 반지르르 윤기가 흘렀다.

엄마는 참 단정하고 정갈하시구나, 꿈에서도 나는 엄마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엄마는 고요로운 표정으로 말씀 한마디도 없으시다.

무어라고 말씀 하시길 기다리며

엄마를 바라보고만 있는 내가 안타까웠다.

저만치에서 움직이는 울엄마는

 젊고 고우셨다.

 

 

잠에서 깨어났고

무언가 매우 서운하고 허망하고

또 후회가 되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엄마 목소리를 꼭 들었어야 했는데...

 

얼마나 오랜만의 엄마 꿈인가.

몇 해 만인지 기억도 아득하다.

꿈에서라도 만나기를 많이도 기다렸는데.

 

셀폰을 열어 화면에 달력을 띄웠다.

아, 며칠 후 엄마 기일이구나.

잊고 있던 엄마 기일.

 

고마운 엄마,

내가 엄마 기일을 놓치고는 안타까워하고 후회할까봐

꿈에 다녀가신 엄마.

 

꿈 속에서 본 엄마를 온종일 품고 있다가

이제 이렇게 보내드린다.

 

언제 또 다시 꿈길 밟고 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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