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길고 긴 귀로

eunbee~ 2019. 6. 26. 01:16

 

 

이곳에 당도한지

나흘이 지났건만,

아직도 그 찬란히 반짝이던 신록의 잔영은

내게서 떠나지를 않는다.

누런빛 먼지가 몇 밀리미터쯤 덮인 듯한 이곳의 사물 빛깔들이

나를 서걱이게 하는 것이 불편하다.

 

낮에는

창밖을 내다보는 일을 거의 없애고 책을 읽는다.

술술 읽히는 에세이집이긴 하지만 380여 쪽 짜리 책을

늘어진 낮잠 속에 끼워 넣고도 넉넉히 읽었다.

 

그러는 나를 위로 하는 듯,

어제밤 하현달은

참 예뻤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건,

그곳의 신록과 햇살의 반짝임이

절정일 때,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나온 것이 잘못이다.

 

되도록이면 까비생각에서 멀어지려 애쓰듯이

그곳의 찬란한 신록의 싱그러운 빛과 내음도 생각지 말자 한다.

비교하지 말자 한다.

 

 

 

 

 

 

 

드골공항에서의 여유분 2시간과

보태어진 3시간 때문에

쏘집 대문을 나서서 분당집 대문을 들어서기까지 20여 시간...

길고 긴 귀로.

 

집에 당도하였더니, 온천지가 누우런 빛.

그래서, 이 달라진 색조들 때문에

눈, 귀, 마음이 완전한 귀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 누우런 빛깔이 내 망막에서 벗어나는 날이

쉬이 왔으면 좋으련만.

내일은 비가 온다니, 내 좋아 하는

비의 요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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