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 지 >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
< 축 복 >
나무가 강가에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가요
나무가 되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가요
새들이 하늘을 날으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가요
새들이 되어 나란히 날으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가요
***
오늘, 오랜 친구에게 점심초대를 받았다.
천천히 산책 템포로 걸어가도 40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 곳,
미세먼지가 걱정이긴 하지만 걷는다는 건 늘 즐겁다.
남의 집에 가면 책장은 왜 그리 살피는지.. ㅎ
1987년 8월 31일 범우사에서 초판 발행한 피천득 님의
문고판 조그맣고 얇은 시집을 찾아냈다.
새빨강 표지
값 1,000 원
사랑스럽기도 하여라.
위의 시 <편지>는 첫번째로 실렸고
<축복>은 두번째.
작은 것들을 순진하고 맑게
마치 어린 아이의 마음되어 노래하는 듯...
그래서 시인은 금아라 불리우길 바라셨을까.
***
와인 두어 잔에 흥이 올랐나 보다.
돌아 오는 길에 찍은 사진은
Felix Vallotton의 멋진 그림이 되었네.
사진도 취기에 젖어...ㅎㅎ
추신 ;
시 한 편 더...^^
차암 좋아서 첫눈에 들었던 시.
옮겨 적으면 한자(산야)를 못쓰니 찍어 올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