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불전사물 의식 감상

eunbee~ 2018. 9. 30. 22:22

 

 

 

조금 이른 아침에 집 떠나 놀멘놀멘 쉬엄쉬엄 오니

절집 시계는 오후 두 점 반.

거지반 30년 가까운 세월의 거리는 내 기억속의 그리운 풍경들을

뒤죽박죽 섞어 놓고, 바꾸어 두고, 지워버렸다.

내가 추억하는 송광사는 어디 있는거야, 마음으로 더듬거리며

이 귀퉁이 저 법당을 보고 또 보고 돌고 또 돌아본다.

차암 많이도 변했구나.

내가 난생 처음 바루공양하던 그 공양간이 아니네, 중얼거리며

저녁공양을 한다.

 

 

해질녘부터 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세차게 몰려 온다.

갑자기 추워졌단다.

저녁예불 20분 전에 있는 법전사물 울리는 시간,

스님들이 승원에서 나오는 의식부터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을

울리는 의식을 나는 공연을 관람하는 마음으로 열중한다.

그간 이사찰 저사찰에서 흔히 보았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경건한 공연으로, 몰입되어 감상하는 건 처음이다.

 

삼라만상을 평온케 하는 사물놀이.

지장전, 승보전에서 들려 오는 목탁 소리는

백뮤직처럼 은은한 리듬을 보탠다.

운판의 가느다란 여운이 사라지자 대웅보전에서는 스무 명 남짓한

스님들의 예불 소리가 장엄하게 시작된다.

 

하늘엔 총총하게 영롱한 별들이 보석보다 사랑스럽다.

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는 별무리인지.. 별이 빛나는 밤인지!!

하트 삼만팔천오백 개가 내 눈에서 하늘향해 날아갔다.ㅎ ㅎ

아, 이곳 세상도 아름답구나.

 

경건하고 장엄한 절집사물놀이를 오늘에사 완벽하게 감상하였다.

.

.

.

 

이미 절집의 소등 시간을 넘겼구나.

계곡을 내려오는 밤물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숲을 내닫는 바람은 내 잠을 거두어 가고 있다.

절집에서의 잠자리는 늘 그렇듯, 무척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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