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유월 .. 이상국

eunbee~ 2018. 6. 25. 06:15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

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

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

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

 

 

 

유월이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냈다는데

내 유월은 늘 내 가슴팍에서 뛰다, 구르다, 혼절하고 말아

 

심심할새도 아득할새도 없는...

 

.

.

.

.

 

도라지꽃이

보리밭 두렁에 필 때

깜부기 뽑아

내 머리에 염색해 주던

그 지지배들은

모다 오데 갔을까

 

'해는 저서 어두운데, 찾아 오는 사람없어'

구성지게 노래하던 그 꼬맹이 머스매는, 또

어디서 노래나 부르고 있는지

 

내일은 6.25

그 다다음 해 쯤 국민학교에 입학한 우리는

천막 아래서 가마니 깔고 가갸거겨 배웠는데

아하, 참 많은 날들이 차암 많은 걸 바꾸어 놓았다

 

 

***

 

 

사진

라인강 지류의 유월 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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