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햇살 고운 날

eunbee~ 2017. 9. 28. 10:46

 

가을,

맑은 햇살이 창을 넘어 와 방안 가득 넘실대는 시각엔

청소가 하고 싶어진다.

깔끔하게 청소를 마치고 햇볕을 즐기다가

집안을 휘휘 둘러 본다.

낡은 티가나는 벽을 보니 벽지도 새로 갈고 싶다.

유리로된 창문들도 창호지틀로 바꾸면 어떨까.

 

내가 고향집에서 살던 어릴 적,

이맘때 쯤이면 해마다 연중행사로 문창호지를 새로 발랐었다.

문을 떼어 들고 우물가로 가서 묵은 창호지에 물을 적셔

말끔히 떼어내고 문살에 묻은 물기와 먼지를 그늘에서 잘 닦아낸 후

문살에 풀칠하고 새하얀 창호지를 바른다.

어지간히 말라 창호지가 붙으면 그때 창호지에 살짝 물을 뿜는다.

바싹 마르면 창호지가 팽팽해지기 때문이다.

 

문고리 부분은 겹으로 붙여야 튼튼하다.

겹으로 붙일 때 꽃밭에서 따다가 책갈피에 말려둔 꽃잎들로

예쁘게 무늬를 놓고 그위에 창호지를 바르면 예쁜 꽃무늬가 비치는 손잡이 부분이된다.

하얗게 새로 바른 창호지 방문들이 너무나도 멋있어서

마당에 내려 서서 예쁜 문을 감상하노라면

등허리와 어깨에 내려앉는 햇살의 따가움이 어찌나 간지럽던지...

 

맑은 햇살이 창너머 방안 가득 들어차는 가을 아침,

나 어릴 적 내 엄마와 언니랑 함께 하던 창호지 바르던 추억이

햇살에 묻어 와 따스히 내게 스미네. 차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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