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날고, 낡고

eunbee~ 2018. 8. 3. 20:01

 

 

작은딸이 유학을 한다며 김포공항에서 파리행 여객기에 오른지가 26년 하고도 6개월이나 되었다우.

유학 짐보따리 꽁꽁 싸매어 보낸 엄마는 '학위 취득할 생각만 말고, 세상은

세상사람들은 어떻게 넓고 어떻게 다양한지 느끼고 깨닫고 배울 것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넓은 세상을 내것으로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 당부했더랍니다.

어차피 공부 못해 도피 유학하는 처지에(ㅋㅋ) 헛된 용쓰지말고

'학교공부보다 더 중요한 세상공부하며 억지로라도 행복하라',편지 마다 썼지요.

 

애들은 부모가 하라는 거 보다 하지 말라는 게 더 하고 싶은 법,

작은딸 역시 열공이 힘 딸리니 108배까지 보태며 엄마의 당부를 어기느라 애쓰더니

목적을 달성하였더랍니다.

뿐만아니라 학위보다 더 효용가치 높은, 쓸만하고 괜찮은 남자 하나까지

취득했더라는 신통한 일도...ㅎ

 

학업을 마치고 이태 후 결혼식도 마치게 된 작은딸은 그보다 더 더 더 신통한 일을 마쳤지요.

아기를 낳아 건강하게 키워낸 일!! ㅎㅎ

그 아기는 조용하고 조신한 파리지엔느로 자라

이제 닷새 후엔 스무 살을 꽉 채우게 되는 은비!예요.

오랄라~~ 이토록 기쁜 일이여!

 

아기는 자라 대학생이 되니, 아무거나 걸치고 아무렇게나 길을 나서도

마치 날아갈 듯 아름다웁지요.

나비인 듯, 꽃인 듯, 새인 듯, 천사인 듯.. 어여쁘게 날고 있어요.

은비는 어느해 생일 선물로 미싱을 신청하더니, 올해 선물로는 성능좋은 카메라랍니다.

재봉틀 돌리며 바느질한 작품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려나? 요런 생각은 할머니 상상이구요,

제발 사진기 들고 산으로 들로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좀 만나려무나, 하는 건 엄마의 소원이라우.

키운 아기가 세상을 날아다니길 바라는 엄마 자신은 아무리 꽃단장을 해도 낡고있는 티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26년 하고도 6개월 전의 그 빛나던 청춘의 빛은 점점 스러져가고 있지요.

 

그 세월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서글퍼진답니다.

보석같이 빛나던 시간들은 '어느새' '어디로' 갔을까,

네게도 내게도...

 

.

.

 

갓스물 소녀야, 맘껏 날아라.

궁금한 것 천지인 이 세상을!

 

그리고

반백 년 고개를 향해 가고 있는 내 보물아,

날개에 풀을 더 먹이자. 빳빳하고 영롱하여 날카롭도록.

아직은 더 높이 날아야 할 세월.

 

 

 

내 엄마 때도 그랬듯이,

 

아기는 날고

 

엄마는 낡고

 

엄마의 엄마는 머잖아 가고!

 

 

C'est la vie!!

 

 

 

***

 

 

사진 ;

 

아들 며느리 유학 때, 남매가 정답게.^^

 

큰딸은 와인 마시고, 큰사위는 라클렛 굽고

엄마는 찍고...ㅎ 며느님은 뭐했지?

라클렛 먹고 있나?

저 사진 속/뒤엔 온가족이 모두 함께였네.

 

그리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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