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이러구러...하루

eunbee~ 2016. 12. 2. 09:23

 

내가 자주 가는 서현동 교보문고엘 갔더니 문이 닫혔다.

며칠 전에도 가서 책 한 권 사들고 나왔었는데..

오랜 발길을 하던 곳이 문닫힐 때, 얼마나 서운하던가.

내려진 셔터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서 황망하고 서운한 마음을 다독이고 있어야 했다.

 

허전하고 서운한 발걸음 옮겨, 닫힌 서점 맞은편에 있는, 늘 지나치기만 하던 '알라딘' 문으로 들어섰다.

중고서점이 품고 있는 그 어떤 따스함, 타인들의 손길이 거쳤을, 뉜가에게 귀하게 읽혔을, 그 따스함..에 묻혀

두어 시간을 이책저책 뒤적뒤적이기도, 벽쪽에 놓여진 긴의자에 앉아 읽기도...

 

어떤 이는 시장바구니(ㅋㅋ)를 들고 책을 골라 담고 있었다.

마트 선반의 음식거리들만 주워담아 본 나는, 그 남자의 바구니가 흥미로웠다.

식재료의 성분을 살피듯 책 내용을 꼼꼼히 살피며 바구니에 담는 그 남자,

600페이지를 넘길 두터운 종교서적을 비롯해, 대여섯 권이 이미 담겨져 있었다. 

 

교보문고 자리엔 영풍문고가 온단다.

영풍문고, 20여년 전 회원가입할 때 내 닉이 '소냐도르'였는데... '꿈'.^^

판교 교보문고까지 가지 않으려면 영풍문고를 이용해야 한다.

그 옛날의 인연이 다시 이어지는구나. 인연도 돌고 도는가.ㅎ

어쨌든 매우 서운한 일,

내가 즐겨찾던 곳이 사라져버렸다니..

 

알라딘에서

읽고 있던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를

첫방문 인사로 안고 나왔다. 이집 책값 저렴하군,하면서.

 

거기에 담겨있는 내가 좋아하는 詩.

 

 

 

밀물

 

         정 끝 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저녁

어느 채널에서는 개국 5주년 특별기획 <디바, 조.수.미>를 방영하였다.

아버지의 부음속에서도 타국에서 연주를 하던 그녀

이제는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중이시다. 딸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ㅠㅠ

 

오전 문화아카데미에서 만났던 어느 50대 여인은 90가까운 엄마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한단다. 독서실에서 열공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어머니가 85세였을 때까지 함께 세계여행을 하였더란다.

4년전부터 그 여행이 끝나버렸다며, 이젠 앞으로의 엄마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받아야 한단다.

 

엄마와 딸, '모녀'라는 인연.

곰곰 생각에 젖어본 날. 나는 내엄마에게 무엇을 해드렸던가. 에혀~

 

이러구러

또 하루가 가버렸네.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달아난다. 빨라도 너~무 빨라.

 

 

 

스팅이 부른 겨울나그네, 거리의 악사

Hurdy-Gurdy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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