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적막한 바닷가 >
송 수 권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 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채워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
백파는 먼 대양에서 듣고 온 이야기를
화진포 모랫벌 위에
바스스 부려놓는다.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라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마음이 마음대로 되던가.
또 하루를
바다에 묻다.
.
.
다시 새벽.
침소 세겹문은 머리맡으로 흐르는 폭포소리를
내 귀에 닿지 못하게 막는군.ㅉㅉ
06시 아침공양,
먹는 일도 도닦는 일이 되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