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Balade au Parc Monceau - Printemps

eunbee~ 2016. 4. 13. 18:18

볕좋은 일요일 

Parc Monceau에 가기 위해 메트로에 앉았습니다.

아코디언의 애절한 음율이 퀴퀴한 메트로의 공기를

한결 감미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자주 보는 뚱뚱한 부부악사들.

남편의 연주가 두어 곡을 이어갈 때쯤이면 그제서야 아내는 탬버린을 흔듭니다.

엷은 미소를 띄고 있는 아내의 탬버린소리는 늘 작은 눈물방울처럼 

애처럽게 떨어집니다..


음악에 취해 잠시 꿈을 꾸고 있는 사이 기차는 레알에 닿았습니다.

샤뜰레 레알에서 에뚜알 가는 기차로 바꾸어탑니다.

RER A선은 두 정거장을 달려 샤를르드골 에뚜알에 나를 내려놓지요.

Parc Monceau를 쉽게 가려면 다시 2호선을 타고 두 역을 가면 되지만 나는 천천히

봄볕을 밟습니다. 오라는 곳도 가야만할 데도 없으니 마냥 한가로운 안탄테입니다. 

볕좋은 날 Parc Monceau는 만원사례, 볕이라면 까무러치게 좋아하는 파리지엥들이 

푸르른 잔디 위에 하얀 새떼가 되어 앉아있습니다.


 

 


이세상엔 자기들 외엔 아무도 없다는 듯,

혼자인 것처럼 자신들에게만 열중인 그들 숲에서

나만 남구경하고 있답니다. 포근히 껴안고 살포시 눈감고 나무에 기대앉은 중년,

팔베개하고 나란히 누워있는 연인들,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즐거워 웃는 청춘들,

머리 맞대고 앉아 맛난 점심을 먹는 가족 소풍 팀,

그 많은 초록벤치에 앉아 해바라기하는 노년의 나른한 표정들....

봄햇살은 피부를 간지럽히고, Parc Monceau 풍경은 마음을 흔들지요.



 


내가 찾던 티티새는 팍크몽소로 이사했나 봅니다..

가까이서 멀리서 쉬지않고 노래하던걸요. 새들의 지저귐과 어린아기들의 

까르륵 소리가 섞이는 햇살맑은 공원의 한낮은 천국풍경이에요.

그들 속에 섞여 나도 내몫의 봄볕을 만끽합니다.


잔디는 반짝이고, 정오의 따끈한 대기는 마치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있는 것처럼

아슴아슴 잠을 부릅니다. 얼마동안을 그러고 있었는지, 시장기가 발동하네요.

나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는 가방에 넣어 온 마들렌 한 개.

천천히 공원을 산책하다가 공원내 노천카페에서 카페알롱줴 한 잔을 보탰답니다.

 

이렇게 1년만에 들른 Parc Monceau에서의 한나절은 

봄꿈을 꾸고 있는듯한 포근함으로 흘렀지요. 


반짝이는 푸른잔디, 

뭉게구름 품은 파란 하늘, 

꽃내음 싣고 살랑이는 바람

맑고 청량한 소리로 우짖는 새들의 봄노래...

하얀 새가 되어 나풀거리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의 빛깔들...,


봄볕 속을 헤엄치며 봄꿈에 잠겨 노닐었더랍니다.



 

 

 


거리로 나왔습니다.

어슬렁~ 두리번~ 쿠르셀 거리ruu de Courlles를 걷습니다.

이 거리 38번지는 찰스 디킨스가 스위스 로잔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이라던걸요.

그의 소설 '돔비와 아들(Dombey and Son)'을 탈고한 집이랍니다. 뿐만아니라 샤토브리앙, 뒤마, 라마르틴,

위고 등 프랑스 문인들과 친분을 트고 교류했던 집이라해서 호기심 천국 eunbee는 찾아 나섰더랍니다. 하~


왼편의 저 건물

오스망남작의 파리 재정비 때 지어졌을 저 건물 중 어느 한 집일테지요? 그래서 무어 어쨌다는 건지.ㅋㅋ


지금의 파리는, 우리가 즐기고 알고 더듬고 있는 파리는. 

벨에포크시대의 그 파리랍니다.

아시죠? 모두들.



 


그리고 쿠르셀 거리와 렘브란트 거리가 만나는 꼭지점엔 요런 건물 있더라구요.

생뚱맞고 이색적이고 건방지고 뻔뻔하지요? ㅎㅎㅎ

같은 여럿중에 저리도 생경스런 자태로 우뚝!!할 수 있다니...ㅋ


파고다 지붕을 얹은 5층짜리 중국식 붉은 건물은 아시아 골동품을 취급하던 중국인 예술상 '루Loo'라는 사람이

1922년에 건설했답니다. 루가 사망한 지금도 이 건물은 C.T. Loo et Compagnie로 변함없이 골동품과 

예술품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회색빛 거리에 붉은 집 한 채, 나는 저 건물을 바라보며 페르라셰즈 회색 무덤군 틈에서

육중한 검은 대리석에 번쩍이는 금박 문자들의 묘비의 위용을 떠올렸습니다.ㅎㅎ




 


이렇게

포근하고 따끈하고 그래서 조금은 나른한 행복에 잠겼던 하루는 

다시 전생처럼 흘러, 시간 속으로 떠났습니다.


메트로 역을 향해 가던 길, 

건널목에 서서 푸른 신호를 기다리는 부녀의 뒷모습을 만났지요.

서천으로 기우는 해가 만들어낸 그림자 드리운 노인의 굽은 등의 슬픈 실루엣, 

마치 하루의 이별앞에서 망설이는 내 미련처럼, 회색빛 보도 위에 누워있는 긴 그림자, 


석양이 만드는 그림자는 늘 슬프지요. 

역광 속 뒷모습은 더욱 슬퍼요.


돌아오는 길, 햇빛 속에 내리는 은빛구슬 빗방울은 

효호호호호 우짖던 새소리처럼

바스러져 내렸습니다.

Sceaux에 자주 내리는 여우비, 정말정말 아름다워요.ㅎ   

 

내 하루의 봄날은 또 이렇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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