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가을 나들이

eunbee~ 2015. 10. 22. 21:08

 

 

몇해만이던가요.

여섯 남매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지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어린시절을 추억한 것이.

아마도 부모님 돌아가신 후 처음인 것 같아요.

 

부모님 유택으로 모인 6남매는 부모님 누우신 무덤가에 가을꽃 한아름 꽂아 드리고

각자 준비해온 음식 상석에 차려놓고 인사 드린 후, 음복하며 이야기 나누었지요.

내려다 보이는 들과 산은 노오랗게 바알갛게 온통 가을이었습니다.

 

누워계신 부모님

이미 진토 되었으련만

여섯 남매 나란히 모여 있는 모습 보시려나

너른 들녘의 노오란 벼, 붉은 단풍 가을 느끼시려나

마냥 서러웠습니다.

 

 

콘도를 하나 렌트했어요.

체크인하고 내려다 본 풍경은 저랬어요.ㅎ

남한강이 돌아드는 강변, 우리가 육이오사변 때 강건너 피난 가있던 동네와 멀지 않은 곳이에요.

먹고 자고 산책하는 한 곳 한 곳마다 우리들의 옛이야기가 담긴 곳과 가까웠지요.

 

이제라도 모두 모여

고만큼들의 건강한 모습으로, 부모님 슬하를 그리워하며,

형제의 우애를 되새기는 하룻밤의 同宿은 어쩜 그리도 애틋하던지요.

 

먹고 사는 일,

아직도 삶의 현장에서 먹고사니즘에 몸매인 아우들은 하룻밤으로 아쉬움 접어두고,

제각각 다시 현실로 들어서기 위해 떠났구요. 지공승들만 남아서 옛길을 더 더듬기로 했답니다.ㅎ

 

 

이화령은 옛날의 험준한 그 모습이 아니랍니다.

잘 다듬어진 車道, 산뜻하게 마련된 자전거 길.

 

 

이화령 고갯마루에 앉아 피난 가던 이야기를 합니다.

내겐 꿈속인양, 전생인양, 아득한 이야기입니다.

 

그 험준한 고갯길엔 터널이 뚫려

충청도와 경상도가 한 달음이 된지 옛날옛적이에요.ㅎ

 

 

 

 

이화령을 넘지 않고, 수안보쪽으로 되돌아 와 문경새재 옛길로 차를 몰았어요.

이미 가을은 익을대로 익어 우수수 지고 있는 참입니다.

 

내가 어렴풋 기억하는 이야기, 전혀 아지못하는 이야기...

우리들의 옛이야기를 언니랑 오빠는 재미나다는 듯 들려줍니다.

 

여든 넘긴 언니

여든이 내일 모레인 오라버니

옛이야기는 많고 많습니다.

 

 

 

 

 

 

 

 

 

 

 

 

 

 

 

 

 

 

功名眞墮甑   공명이란 깨진 떡시루 같고

聚散一浮雲   모였다 흩어지는 뜬구름 같은 것

獨向空山裏   홀로 텅 빈 산 속을 향해 가니

蒼蒼落日曛   푸르고 푸른 숲 사이로 가만히 노을이 지네

 

조선 중기 무신 임억령의 시를 읊조리며

우리들의 문경새재 그 옛길을. 옛이야기 더듬다가 고갯마루에서 되돌아 섰답니다.

오라버니 친구 집 마당에 멍석펴고 앉아 차를 마시고

호박넝쿨에 매달린 새파랗고 반들거리는 애호박 서너 개 얻어

터벅터벅 산길 내려 왔더랍니다.

 

 

4박 5일

가을나들이 마치고 내집에 오니

내 창밖의 가을도 저토록 고웁습디다.

 

'6남매 회동이고 뭐고

내집이 최고여~'

에고~ 이렇게 늙었습니다.ㅎㅎㅎ

 

 

 

'맹그로브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엄마를 생각한다  (0) 2016.02.22
사진 일기  (0) 2015.12.07
고향에서  (0) 2015.10.19
고향의 봄  (0) 2015.04.10
'잘 가~ 형부'라고 인사 했어요.  (0) 201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