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섬진강에서, 봄맞이

eunbee~ 2015. 3. 23. 04:37

3월 19일 아침 여덟시 반 경,

전화벨이 울린다. "언니~ 뭐해?"

나는 침대에 누운채 '리딩북' 소설 읽기를 끝내고, 좀더 누워있으려고 뭉기적 거릴 즈음이다.

날씨가 넘넘 좋으니 섬진강엘 가잔다. 내가 요즘 많이 침체되어있는 걸 눈치챘는지 센스 백 단 후배는

써프라이즈를 마련했나 보다. 마치 '여행 5분 대기조'인 양 후다닥 여행준비 끝마치는 실력발휘로 나는

9시 20분에는 그녀가 몰고 온 승용차 운전석 옆자리에 앉는다.ㅎㅎ

 

"자~ 출발! 델마와 루이스가 되는 거야"

상큼시런 후배는 언제나 유쾌하다.

그렇게 우린 비온 뒷날의 맑음을 선물받아, 섬진강 나들이 길을 달린다.

분당을 떠난지 4시간여 만에 우리는

섬진강의 느린 물결 위를 두둥실 흐르는 파란하늘에 눈 적시운다. 

 

 

 

첫날은

전라도쪽 섬진강변에서..

 

 

 

 

 

강건너,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 평사리 마을

 

 

벚꽃 필 무렵에 채취해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라는 벚굴,

광양매화축제를 찾은 상춘객들을 내려다 보며...

쐬주 한 잔 곁들이고픈데.. 말술 들이킬 것같이 생긴 후배는 밀밭곁도 거닐지 못하는 술쑥맥.

ㅠㅠ~ 그래서 나도 참았더라는. 에잉~

 

 

 

 

악압면, 홍쌍리 매화마을로 들어서는 길목.

인파가 제법인듯하여 매실농원은 패수~^^

 

 

평사리 진입로.

 

윤씨부인, 최치수, 서희, 길상이, 임이네, 봉순이....

TV 드라마로 만난 장대한 소설, 그 무대가 된 마을에 들어서다.

 

1969년에 집필 시작 1994년에 완성되는 [토지],

최씨가문 4대에 걸친 가족사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장편 대하소설.

동학농민운동, 갑오경장, 을사늑약, 간도의 용정, 광복운동, 임시정부, 광복...

서희로 분한 최수지의 갸름하고 단정한 얼굴만 생각날 뿐이니...ㅋ

 

 

 

 

 

 

 

 

 

 

섬진강을 만나는 일만큼이나 우리의 수다도 즐거웁다.

느리게 흐르는 강물을 닮은 우리 여행은, 맘 닿는 곳마다 발길 머물어,

따스한 볕 아래 졸고 있는 봄들녘처럼 여유롭다.

 

해질녘 쌍계사를 찾아들어, 둘은 나란히 서서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절 아래 마을로 내려와 하룻밤 몸 뉠 곳을 찾아 다닌다.

사위에 어둠이 내리고 적막해지니 좁다란 또랑물이 흐르는 돌담 근처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수상쩍다. 

돌담 틈 여기저기에서 여러마리의 두꺼비(?)우는 소리.

후배는 귀신 울음같아 무섭다하고, 나는 너무도 신기한 소리에 호기심이 차올라

그소리를 오래 듣고 싶어 한다.ㅋ

섬진강엔 두꺼비가 많다더니, 벌써 두꺼비 우는 철이 된걸까?

내 헛소리인지도 모르겠다.

 

하늘엔 별이 반짝인다.

맨처음 우리 눈에 들어온 별은 서쪽하늘에서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일등성.

깊은 계곡을 내리닫는 물소리, 유난스레 빛나는 별들, 은은히 흔들리는 봄꽃향기,

제대로 봄밤을 만끽하며, 꿈꾸던 섬진강 여행에 젖어 있구나.

 

사하촌 게스트 하우스에서 늦은 잠을 청해 보려 한다.

<바람이 불어 오는 곳>이라는 카페겸 게스트하우스의 젊은 여주인은

목소리도 자태도 참으로 고웁다.

민박집 여주인 조차 봄 햇살 깃든 모습으로 우릴 맞이해 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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