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공원 그랑샤토 하늘을 나는 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염 명 순
상수리나무 곁에 서면
예전 다방에서 듣던 플루트 소리로
안개가 밀려오고
그쯤에서 너는 상수리나무 그림자를 파고 있었다
창가에 서면
러시 아워에 붙들려 빠져나오려는
가을 햇살의 몸부림으로
상수리나무 몇 그루의 흔들림으로
다가오는 네가 보인다
조금씩 엷어져 이제는 투명해진
하느님 속살의 반짝이는 살비늘이 보인다
그리고
서로를 밀어버려 구름 하나 남지 않은
하늘도 보인다
하늘 깊은 곳에서 새 한 마리가
길게 노을을 끌며
바람 부는 쪽으로 날아간다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랑은 상수리나무 몇 그루의 흔들림으로 시작되어
새 깃털에 묻은 잿빛의 무게만큼
깊어지는 것인지
이상도 해라
네 곁에 서면
스스로에 갇혀 미로에 접어드는
플루트 음색의 안개가 보였다
그쯤에서 너는 상수리나무 그림자를 접어들고
떠나고 있었다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가끔은 네가 보고 싶어
고개 숙이는 가을의 목덜미쯤에서
나는 기다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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