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에서
단호한 것들
정 병 근
나무는 서 있는 한 모습으로
나의 눈을 푸르게 길들이고
물은 흐르는 한 천성으로
내 귀를 바다에까지 열어 놓는다
발에 밟히면서 잘 움직거리지 않는 돌들
간혹, 천길 낭떠러지로 내 걸음을 막는다
부디 거스르지 마라, 하찮은 맹세에도
입술 베이는 풀의 결기는 있다
보지 않아도 아무 산 그 어디엔
원추리꽃 활짝 피어서
지금쯤 한 비바람 맞으며
단호하게 지고 있을 걸
서 있는 것들, 흔들리는 것들, 잘 움직거리지 않는 것들,
환하게 피고 지는 것들
추호의 망설임도 한점 미련도 없이
제 갈길 가는 것들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들
- 시가 좋아, 어느분 포스팅의 것을 옮겨옴 -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서
서울에서 막내올케님이 이곳에 왔다. 주말이면 스페인으로 간다.
비오는 거리를 산책하다가 맘에 드는 노천카페에 앉아 비를 보며 맥주를 마신다.
마음 맞는 사람과의 한 잔 술, 그것처럼 즐거운 일도 쉽지 않다.
' 보지 않아도 아무 산 그 어디엔
원추리꽃 활짝 피어서
지금쯤 한 비바람 맞으며
단호하게 지고 있을 걸'
아, 서늘한 그 말 잊지 말아야지. 그것이 산다는 것일지니.
2014. 5. 21
오늘 일기는 이렇게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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