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단호한 것들 詩-정병근

eunbee~ 2014. 5. 22. 08:13


                                                                         몽생미셸에서





단호한 것들


              정 병 근



나무는 서 있는 한 모습으로

나의 눈을 푸르게 길들이고

물은 흐르는 한 천성으로

내 귀를 바다에까지 열어 놓는다


발에 밟히면서 잘 움직거리지 않는 돌들

간혹, 천길 낭떠러지로 내 걸음을 막는다

부디 거스르지 마라, 하찮은 맹세에도

입술 베이는 풀의 결기는 있다


보지 않아도 아무 산 그 어디엔

원추리꽃 활짝 피어서

지금쯤 한 비바람 맞으며

단호하게 지고 있을 걸


서 있는 것들, 흔들리는 것들, 잘 움직거리지 않는 것들,

환하게 피고 지는 것들

추호의 망설임도 한점 미련도 없이

제 갈길 가는 것들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들


- 시가 좋아, 어느분 포스팅의 것을 옮겨옴 -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서



서울에서 막내올케님이 이곳에 왔다. 주말이면 스페인으로 간다.

비오는 거리를 산책하다가 맘에 드는 노천카페에 앉아 비를 보며 맥주를 마신다.

마음 맞는 사람과의 한 잔 술, 그것처럼 즐거운 일도 쉽지 않다.


                               보지 않아도 아무 산 그 어디엔

                                 원추리꽃 활짝 피어서

                                 지금쯤 한 비바람 맞으며

                                 단호하게 지고 있을 걸'


아, 서늘한 그 말 잊지 말아야지. 그것이 산다는 것일지니.


2014. 5. 21

오늘 일기는 이렇게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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