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노르망디 - 에뜨르타

eunbee~ 2014. 5. 21. 03:35

모네와 모파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노르망디의 바닷가마을 에뜨르타를 산책했어요.

'모네의 길'이라는 해변로를 걷고,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에 잠깐 언급되는 에뜨르타의, 

하늘과 바다와 갈매기를 만났지요.


노르망디 지방은 프랑스에서 부촌으로 꼽히는 곳이랍니다.

부르따뉴지방은 노르망디에 비해 빈촌이 많고요. 스물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는 프랑스, 봉건제 때부터

서로의 특색으로 형성되어 왔을테니, 언어, 관습, 전통이 새겨놓은 결과로 아직도 그색채는 저마다 다르겠지요.


노르망디 지방이 소설 속에서 거칠거나 어둡게 표현되어지는 것은 아마도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

비가 많고 음습한 날씨가 계속되는 기후, 쉽게 만날 수 있는 구릉, 단애를 이룬 해안절벽에 부딪히는 거친 파도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랑스는 넓디넓은 평야가 국토의 대부분인 곡창지대로, 축복받은 기름진 땅을 가진 

농업국이거든요. 그 중 노르망디지방은 기후나 지형이 거칠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요.


에뜨르타가 가까워지면서 페깡이라는 초록글씨로 새겨진 지명을 발견하고는 반가웠어요.

페깡의 스펠링이 FECAMP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ㅎㅎ

이곳으로 여행가기 직전에 읽던 [여자의 일생]에 나오는 지명이에요.

일행 중 페깡을 아는 분의 이야기로는 페깡은 마을은 별볼것 없으나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바다가 

가슴으로 화악 안겨와 마음 속이 시원해지며 그 인상이 매우 강하게 새겨지는 곳이더랍니다.


에뜨르타는 모네가 그림을 그리며 산책하던, 

파도에 쓸려 노래부르는 몽돌해변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입니다.

나즈막한 언덕에 올라 바다를 조망하는 상쾌함, 그것이 일품이지요.

바다에 코를 박고 서 있는  코끼리 세 마리도 단애를 이룬 절벽과 함께 인상적입니다.


빛나는 태양을 만나기 힘들다는 노르망디에서 우리는 

찬란한 태양의 눈부심이 성가실 정도였지요.

정답게 속살거리는 대서양의 바람, 기류를 타고 여유롭게 날고 있는 하얀 갈매기, 

바람에 눕는 은빛 반짝이는 풀잎들, 지중해 어느 바닷가에 와있는 듯 착각하게 했다우.








[깨끗하고도 오묘한 쪽빛의 아름답고 순수한 하늘이 세상 위에 펼쳐졌다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람이 마치 대지의 행복한 탄식처럼 지나갔다들과 숲을 따라 달릴때면 깃을 말리는 새의 활기찬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


[수평선 쪽으로 낮게 드리운 하늘은 대양과 섞여 있었다육지 쪽으로 높게 깍아지는 절벽은 그 발치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햇빛이 가득한 잔디밭 언덕은 군데군데 초승달처럼 패어 있었다거기에서 뒤쪽으로는 누르스름한 돛들이 페캉의 흰 방파제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그것은 에트르타의 작은 문이었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이 나이에 다시 읽게 된 그 소설은 내게 적잖은 상처와 잊었던 그어떤 상념에 시달리게 했지요.

별 생각없이 그냥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그 소설, 구비구비에서 읽지 말것을 그랬구나,하는 생각이 자주 일더랍니다.

그 소설의 아름다운 부분, 동우님의 리빙북에서 첫회로 올려진 글 중 기억에 특히 남아있는 구절을 옮겨 보았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모네의 길' 해변 카페. 

우리는 먼 바다를 아무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지요.

각자 자기의 상념에 잠겨.

















덧문을 고정시키는 장치. 온 프랑스에서 집집마다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모양은 가지가지.



"얼마나 좋아요시골은 참 좋지요저는 가끔 꽃속에 숨고 싶어서 벌이나 나비가 되었으면 할 때가 있어요."


 "저는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저는 혼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해요혼자 공상에 잠겨 있을 때에는 참 기분이 좋거든요."


마지막 바람의 숨결이 가라앉았다잔물결도 일지 않았다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돛은 붉게 물이 들었다

무한한 평온이 우주를 마비시키고 이 우주 원소가 만나는 주위에 침묵을 형성하는 것 같았다

한편 하늘 아래에서 빛나는 유동체인 자기의 복부를 활처럼 구부린 바다는 음흉한 약혼자처럼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불의 연인을 기다리고 있었다태양은 그들의 포옹에 대한 욕망으로 붉게 물들 듯이 일몰을 서두르고 있었다

태양이 바다와 합쳤다그리고 조금씩 바다는 태양을 삼켜버렸다그때 수평선으로부터 서늘한 기운이 밀려왔다

마치 삼켜진 태양이 세상에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숨을 내쉬려는 듯이 한 줄기 오한이 흔들리는 바다의 가슴에 주름살을 지게 했다

황혼은 짧았다별이 총총한 밤이 펼쳐졌다


노르망디 에뜨르타, 

우연한 일치의 시간차로 모파상을 읽다가 떠난 노르망디의 하룻길 여행.

많은 생각이 오가던....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보듬고, 나를 부추기며, 

그리고... 나에게 화안하게 웃으며 '장해!!!'라고 응원해 주던 노르망디 해변에서의 한나절.

사진기도 병들고, 햇빛이 너무도 강해 스마트폰 액정은 들여다 뵈지도 않는 상황에서 담아둔 사진이니, 

그냥 몇 장 올려둡니다.


잔잔한 대서양의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는 일로 

사진에는 별로 마음 쓸 여유도 없었지요.

포스팅 또한 그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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