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수채화 같은... 미술관 옆 동물원

eunbee~ 2014. 1. 13. 00:37

 

감독  이정향 (1998)

출연  이성재 심은하

 

 

                                 벽에 걸린 그림의 프레임 속으로 실제 인물의 모습이 비추어,

                                 또 다른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기막힌 컷.  이정향 감독님, 넘넘 맘에 들어~^^

 

 

 

이처럼 詩的인 영화가 또 있을까.

그들의 대화는 모두 아름다운 서정시.(물론 극중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기도 하지만)

달, 별, 노을, 태양, 우주를 말하고... 투명하고 보드라운 사랑의 은유는

너무도 신선해 듣는 마음이 향기로움에 휩싸인다.

 

'노을이 지는 건 먼지 덕분이야, 달에는 먼지가 없기 때문에 노을이 지지않지.'

'나는 달인가 보다. 내 안에서는 노을도 지지않아.'

'우리가 살 수 있는 조건은 태양과 적당한 거리에 있기 때문이야.'

'멀리 있는 별은 더 빨리 멀어져.'

'우주가 깜깜한 것은 별들이 짝사랑을 하기 때문이야.'

 

마치 어린왕자의 별에서 어린왕자를 곁에 두고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든다.

 

'사랑은 처음부터 사랑으로 온다,'(그러나 그녀는 나중에는) '사랑이 이렇게 천천히 젖어 들다니..'(라고 말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스텐드 불빛 아래 앉아있으면 부자가 되는 기분이야.'

 

'너는 평생 걸리고 싶지 않은 병이 뭐야.'  '상사병'

'너는? ' '죽을병.' ㅋㅋ (얼마나 싱그럽고, 함축적인가)

 

대사들도 재미있고, 신선하다.

<집으로>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정향 감독이 각본까지 썼다니. 오호~ 내 취향 ^^

 

 

 

 

 

 

창문 너머 보이는 장면에서, 그 창문은

미술관에 걸리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프레임으로 기능하게 담아내는 감독의 감각. 아~.

각 쇼트 하나 하나는 마치 수채화같다.

이러한 감독들이 있어 내가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가.

고마워요, 이정향 감독님.

당신의 <집으로>를 보면서 얼마나 울었던지요. 내 손녀와 나 사이의 먼 거리가 너무나도 안타까워서.ㅠㅠ

 

심은하님의 깔끔한 연기와 맑은 미모와 청아한 미소에 딱 알맞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곱고 아름다운 영화는 나를 편안하고 달콤함에 잠시 머물게 하였다.

 

 

 

 

 

 

 

이 신은 '아름다운 키스신'으로 꼽힌다지요?ㅎ

그들의 사랑은 또 얼마나 이쁜지요.

오늘밤 꿈자리가 고울거라 기대하며, 나도 이제 잠 속으로....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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