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銀魚

eunbee~ 2013. 12. 10. 11:17

 

   사진은 제주

 

 

박경리의 평사리를 찾아 볼 겸 하동과 구례 근방을 한바퀴 돌아보던 때,

우리는 섬진강 기슭에서 한 끼 푸짐한 만찬을 위해 밥상 앞에 앉았다.

은어가 상에 오른단다.

아, 은어.

푸른강물 위에 은빛으로 반짝이며 튀어오른다는 은어.

문학 작품 속에서만 만나 본 내 마음 속의 은어는, 은빛의 맑음으로, 싱싱하고 날랜 몸짓으로,

윤슬어리는 강물 위로 얼굴 내미는 작고 사랑스런 물고기였다.

그러한 나의 은어를 만난다니.. 얼마나 설레었던지.

 

한 상 가득 음식들이 차려지고, 마침내 은어가 담긴 접시가 내 앞에 놓여졌다.

튀김옷을 입고 두리뭉실하니 퉁퉁하고, 생각 보다 커다란 은어.

내 앞에 나타난 은어는 나의 은어와 너무도 먼 모습이었다.

아, 만나지 말 걸. 보지 말 걸.

나의 은어는 문학작품 속의 은어였으며 내 상상속의 은어였구나.

그 후, 오래도록 내 앞에 놓여졌던 그 은어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은어를 만난 것을 후회했다.

한심하기도 하지. 튀김으로 변해버린 은어에게서 나는 무엇을 보기를 바랬더란 말인가.

그것이 바로 내가 늘상 살고 있는 몽환이 아닌지.

 

내가 기다리는 은어는 햇살 흩뿌린 푸른 강물 속에서 살랑대며 다니다가 더러는 세상이 궁금해

점핑하며 반짝이고 있으련만. 튀김옷 뒤집어 쓴 몰골 사나운 은어에게 실망해 후회만 하고 있었다니.

실망도 세월이 약이었나 보다.

언제부터였던가. 나의 銀魚를 다시 품고 살게 된것은.

 

어느날엔가는 꼭 만나게 될 나의 은빛 푸른 은어.

섬진강 휘도는 여울을 사알짝 밟고 튀어올라, 나에게 인사건낼 은어.

오늘도 나는, 나의 은어를 찾으러 떠날 어느 봄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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