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쌀 떨어진 집

eunbee~ 2013. 11. 8. 17:59

 

 

 

그제,

거리에는 비 오고요, 낙엽 지고요.

게다가 춤을 한바탕 신나게 췄지요.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에 맞춰

누군가의 '시티ㄹ라잇', '섹시 붐'에 맞춰 쉐익쉬 하게 엉덩이 흔드는 춤... 기분 업된 날

지름신이 깃들었답니다. 착한 지름신.

 

파격세일 돌입한 와인 두 병 안고 왔어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마카롱은 좀 심했던 것 같아요. 한 개에 1800냥이나 하는 것을 말라꼬 그랬는지.

마카롱 맛이 별로예요. 그냥 설탕 덩어리맛, 후회했어욤~ㅠ 샹젤리제 거리의 '나뒤레' 마카롱을 생각했거든요.

마카롱 여섯 개가 무려 저기 누워있는 와인 한 병 값이랑 맞먹어요.

 

올해의 보졸레 누보 출시 날이 다다음 목요일이라서, 예약을 하면 무려 1만냥 이상이나

싸다기에 2013년도 보졸레 누보도 예약해 두고 왔지롱요. 백화점은 고객 후리는데 일뜽이에요.ㅎ

나는 넘어가는데 일뜽이구요. 궁합이 찰떡이지요 뭐~

 

 

 

 

그제 저녁, 혼자 쬐끔 쓸쓸타~하면서 마셨어요.

비 오고 낙엽 지는 가을 저녁에 혼자 술 마셔 봤수? ㅠㅠㅠㅠㅠㅠㅠ

아니면 함부로 훈수 두지 마시어요. 데끼.

 

맛없는 마카롱을 후회하면서, 나의 작고 귀여운 지름신을 웃어 줬지요.

- 마카롱 여섯 개 사고서 이리도 아까워 하다니...ㅠ(맛이 너무해. 마카롱 느낌 아니까)

 

석 잔의 와인이 과했던가 봐요. 어느새 자 버렸더라구요.

춤이 너무 과했었나? ㅎㅎㅎ

 

 

 

 

 아침에 나가 보니, 식탁 위가 참으로 서글펐어요.

흩어진 잠자리, 흩어진 식탁 위, 막 내린 무대 위..

나른한 서글픔이 허전하게 드리워질 때가 많아요. 서러움을 내리붓더라구요.

홍도 할매표 홍합은 왜 또 저기 있대요.글쎄. (건조시키는 중 ㅋ)

 

 

 

 

어제,

'오늘은 기필코 쌀을 살거야.' 아침 가곡공부하러 가며 굳게 결심한 일이에요.

우리집에 쌀이란 이름의 양식이 떨어진지 열흘이 되었는지 보름이 되었는지...밥솥에 밥 끓여본지가

까마득해요. 헌데?가곡반 친구랑 노닥거리며 분위기 즐기다가 그냥 집으로 와버렸네요. 이런~ㅉㅉ

 

저녁에 그림공부하고 오다가 사와야지. 벼르다가 너무 늦어서 또 그냥 오면서,

고소한 냄새 풍기는 붕어빵 여섯 마리 잡아 왔어요. 맛? 없어요. 없어도 너~무 없어요.

붕어빵이 아니고 잉어빵이라고 써있던데, 그냥 붕어가 잉어고 잉어가 붕어려니..했지요.

망했어요. 예전 그맛이 아니에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쌀도 없는데, 우유랑 먹었지요.

두 마리는 창문 밖으로 던졌어요. 길고양이 먹으라고... 보시예요.ㅋ

 

 

 

 

멱국 끓였어요. 아무래도 서운해서.ㅠㅠ

무화과랑 귤이랑 함께 가져다 두고 미역국으로 입 축였어요.

아무래도 서운해서...ㅋㅋ

 

혼자 술 마시고, 쌀 없어서 맨국 먹는 뇨자, 가엽지않수?

 

쓸쓸한 여자보다/좀 더 가엾은 것은 불행한 여자다/불행한 여자보다/ 좀 더 가엾은 것은 병든 여자다

병든 여자보다/좀 더 가엾는 것은 버림받은 여자다/버림받은 여자보다/좀 더 가엾은 여자는 의지할 데 없는 여자다

의지할 데 없는 여자보다/좀 더 가엾는 것은 쫓겨난 여자다/쫓겨난 여자보다/좀 더 가엾은 여자는 죽은 여자다

죽은 여자보다/좀 더 가엾는 여자는 잊혀진 여자다/ 잊혀진 여자보다/좀 더 가엾는 여자는 쌀 떨어진 여자다.

우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시인 '마리 로랭생'에게 저 詩 다시 고쳐쓰라고 해야지.ㅋㅋ

 

** 그러고 보니, 사진 조차 참으로 궁상스럽게 찍혔군.**

에구구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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