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3. 11. 19. 오후 10시 7분
아들에게서 온 TALK
[ 엄마, 좀 전에 겨울이 갔어 ]
겨울이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겨울이는
오빠가 전직을 위해 집에서 잠시 있는 동안에 병이 악화되어
오빠나 언니를 당황스럽지 않게 했어요.
병원에서는 의식이 없던 겨울이가 퇴원해서 기적처럼 정신을 가다듬고
오빠, 언니에게 마지막으로 사랑하고 정성을 보여줄 기회를 주었어요.
할머니가 겨울이에게 말걸 수 있도록
간신히 정신차리고 일어나서 걷는 모습도 보여주고, 응가를 하기 위해
자존심있게 걸어가서(부축받으며) 시원하게 응가하는 모습도 보여줬어요.
끝까지 자존심있고 깔끔하려고 애쓰며, 장하고 대견했어요.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눌 기회를 줬어요.
어제는 겨울이네 오빠랑 언니가 만난 기념일이에요. 첫데이트 날이었지요.
눈이 왔어요. 걷고 싶어하는 겨울이를 부축하며, 걷는 모습이 대견해서
웃을 수 있게 해줬고, 그들의 첫만남 기념일을 잠시 흩날리는 눈을 보며 추억할 수 있는 기쁜 시간을 줬어요.
오늘 떠났어요.
겨울이를 추도하는 날이 이제 겨울이 오빠,언니가 만난 기념일과 같아졌어요.
겨울이는 가는 날도 이렇게 잘 택일해서, 살뜰하게도 자기 사랑을 보여줬어요.
겨울이의 살뜰한 사랑.
.
.
날이 새면, 화장을 할거예요.
또 다른 모습으로 겨울이는 우리곁에 영원히 있어 줄 거예요.
블벗님들, 유난스럽다고 생각마시고
우리겨울이 하늘로의 여행길 축복해 주세요.
2~3년 전, 아들이 파리의 엄마에게 보내줬던 폰 사진.
언니, 오빠가 출근을 하면, 늘 집에서 언니,오빠 오기를 기다리던 겨울이.
늦으면 현관문 앞에서 울면서 기다리던 겨울이.
아파도 명랑하게 생활하던 겨울이.
오빠를 너무너무 좋아하던 겨울이.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기를.
겨울아, 사랑한단다.
많이 마아아아니.
** 앉아서 처량하게 끝도없이 우는 것보다, 포스팅하며 위로받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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